2019 인생 자평

⌜작년도 재작년도 하루하루를 고민하고 외로워하며 보낸 것 같은데, 한 해를 통째로 보면 늘 고민한 것보다는 이룬 것들이, 외로워한 시간보다는 외롭지 않았던 (외롭다의 반대말이 뭐지?) 날이 더 기억에 남는다.⌟

나는 짐 싼다.

⌜짐 싸는 주말이다. 성탄절 아침에 포장이사 나갈 수 있을 정도로만 하면 되고 작은 원룸 오피스텔이라 그렇게 할 일이 많지는 않지만 이 년 가까이 살면서 연애도 하고 친구도 재우고 취해도 보고 피도 나 보고 울어도 보고 했던 그 감정적인 짐을 잘 싸야 한다.⌟

나는 과학에 기댄다.

⌜과학은 드넓지만 길을 잃을 길이 없고 오직 공동 운명인 방식으로만 외롭게 하며 산다는 것은 뭔가를 짊어지거나 뭔가에 의해 내던져지는 것이 아니라 그저 있음인 것임을 알려준다. 어쩌면 과학이란 문제의 정답이 ‘넌 괜찮다’가 아닌가 한다.⌟

나는 부산에 여덟 시간 있다 왔다.

⌜부산역에 도착한 열 시부터 다시 부산역을 출발한 다섯 시까지 다음과 같은 순서로 움직였다. 호텔 로비에 딸린 커피숍에서 마시면서 글 좀 썼다. 새로 생겼다는 민물장어 덮밥집에서 시키는 대로 밥을 사등분해서 먹었다. 교보문고에서 산문집 하나 사서 광안리 해변에서 반, 영도에 전망 좋은 카페에서 반 읽었다. 부산 아트 북 페어에 가서 구경하고 사람들 만났다.⌟

나는 그간 눈떨렸다.

⌜커피를 안 마신 건 카페인이 지난 한 달 가량 지속된 왼쪽 눈밑 떨림의 원인으로 지목되었기 때문이다. 특히 크게 기지개를 켜거나 하품을 하는 것처럼 신경에 전기가 쫙 흐르는 그런 때에 떨림이 심했다.⌟

나는 충실한 마음을 주고받고 싶다.

⌜최근에 누군가에게 조언을 받고 나서 그게 진품이 아닌 것 같다는 인상을 받았다. '~하는 게 좋겠어'라는 문장 형태를 띄고 있더라도 모두 진짜 조언인 것은 아니다. 어떤 말들은 단순히 '네가 ~하지 않으면 나의 현실이 훼손돼'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나는 삼 2호에 결합에 관한 글을 썼다.

⌜살아 있는 30대의 삶을 기록하는 저널 〈삼〉 2호에 글을 보탰다. 〈삼〉 2호의 주제는 '결합'이다. 나는 〈결혼이라는 나의 문제〉라는 제목으로 짤막한 에세이를 썼다. 주제가 주제이고 지면이 지면인만큼 꽤 개인적인 글이 나왔다. 이 블로그에 써 온 말들로 나를 아는 분들이라면 재미있게 읽을 것 같다.⌟

나는 난처한 금붕어 꿈을 꾸었다.

⌜꿈에 금붕어가 가득 들어있는 수족관을 샀다. 그것을 호텔 방 하얀 시트 위에 올려놓았지 뭔가. 내가 그들의 출현을 납득하고 있지 않다는 것을 그들은 알았는지, 살려고 금붕어들이 튀어나왔다. 나는 황급히 바닥으로 옮겼지만 바닥은 카페트였다. 한 쪽에 왜인지 수채구멍이 있어 그 위에 놓을 수밖에 없었다. 즉각 수족관 바닥에 없던 구멍이 생기더니 물이 다 빠지고 금붕어는 모두 죽었다. 나는 […]⌟

나는 아이패드 생기니까 틈틈히 그림 그리게 된다.

⌜초등학교 친구들은 나를 세일러문하고 포켓몬 그리던 애로 알고 있지만 손으로 뭘 그리는 습관이 사라진 지 오래 되다 보니 이제는 그림 그리는 일이 어색하게 느껴진다. 그런데 최근에 아이패드 프로와 애플 펜슬을 사게 되고, 그걸로 회사 일에 급히 필요한 그림도 그리고 하다 보니 옛날 습관이 다시 돌아오는 것도 같다. 블로깅을 통해 늘 해온 글쓰기나 사진 찍기 같은 […]⌟

2018 인생 자평

⌜작년에 이어 같은 방법으로 한 해에 대한 평을 쓴다. 나 스스로를 위한 가감없는 〈2018 인생 자평〉을 먼저 길게 쓰고 나서, 검열과 가공을 거쳤다. 0. 총평 2018년은 내가 지난 10여 년 간 「어쩌면 나와는 관련없는 일일지 모른다」고 생각해 왔던 일반적인 인생의 측면들에서 한 번도 본 적 없던 나의 상을 발견하고 자세를 고쳐 나갔던 한 해였다. 나는 […]⌟

나는 꿈에서 또 남을 실망시켰다.

⌜또 말도 안 되는 꿈을 꾸었다. 지난 한 주 동안 세 번 이상 생생한, 실제 아는 인물들이 등장하는, 서울인 것 같은 곳을 배경으로 한, 내가 누군가를 실망시키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노력하지만 결국에는 크게 실망시키고 마는 꿈을. 오늘 새벽녁에 깨어 머리맡의 가습기 (가벼운 코감기가 있어 최대치로 해 놓고 잤다) 때문에 축축해진 배게를 옆의 것으로 바꾸게 […]⌟

나는 고양이들이 어렵다.

⌜외할머니 외할아버지가 계신 묘지에는 관리인을 늘 쫓아다니는 고양이 두 마리가 있다. 흑묘 백묘 하나씩 관리인의 다리 사이를 8자로 감아 엥기며 오는 모습을 보면 일종의 위성 같기도 하다. 관리인은 그 외에는 별다른 특징이 없는 남자이지만 묘지 관리인이라는 역할에 고양이 두 마리를 늘 데리고 다니는 점 때문에 두 번밖에 본 적 없는데도 마치 만화 캐릭터처럼 확실하게 기억하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