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인생 자평 2020-12-282021-01-04 2020년의 결과로 나는 현실이란 가공할 만한 장벽이지만 그만큼 그것에 균열을 내고 넘어서는 것 역시 사람이 하는 일이라는 점을 실감하게 되었다.
나는 좋으나 싫으나 나와 함께다. 2020-12-272020-12-27 양치질을 하거나 화분에 물을 주다가 혼자 거울을 보고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춘다. 오늘은 <당돌한 여자> <블루 라이트 요코하마> 그리고 <자나두> 수록곡을 불렀다.
나는 계획이 있다. 2020-11-042020-11-26 장기 휴가에 여행은 사실 쉽게 떠올릴 수 있는 답이다. 그 답이 삭제되었기에 더 머리를 써야 했다. 내가 하고 싶었지만 시간이 없다는 이유로 미뤄 뒀던 일들 세 가지를 골랐다.
나는 평균연령이다. 2020-08-082020-08-08 온라인은 대체로 의도된 언어적 메시지 전달 위주로 이루어지며 누군가를 대면해서 만날 때처럼 무언의 불편함과 어색함을 견딜 것을 강요하지 않고, 그렇기에 거기서 얻은 자신감은 사이버머니에 그치는 일이 많다.
나는 통화량이 늘었다. 2020-08-022020-08-02 전화를 하면서 걷는 일이 많아졌다. 점점 없어져가던 통화할 일이 이렇게 2020년에 다시 많아질 줄이야. 월 통화사용량이 0분 남았다는 문자를 꼬박꼬박 받는다.
2019 인생 자평 2019-12-312020-07-19 작년도 재작년도 하루하루를 고민하고 외로워하며 보낸 것 같은데, 한 해를 통째로 보면 늘 고민한 것보다는 이룬 것들이, 외로워한 시간보다는 외롭지 않았던 (외롭다의 반대말이 뭐지?) 날이 더 기억에 남는다.
나는 짐 싼다. 2019-12-222019-12-22 짐 싸는 주말이다. 성탄절 아침에 포장이사 나갈 수 있을 정도로만 하면 되고 작은 원룸 오피스텔이라 그렇게 할 일이 많지는 않지만 이 년 가까이 살면서 연애도 하고 친구도 재우고 취해도 보고 피도 나 보고 울어도 보고 했던 그 감정적인 짐을 잘 싸야 한다.
나는 과학에 기댄다. 2019-11-252019-11-25 과학은 드넓지만 길을 잃을 길이 없고 오직 공동 운명인 방식으로만 외롭게 하며 산다는 것은 뭔가를 짊어지거나 뭔가에 의해 내던져지는 것이 아니라 그저 있음인 것임을 알려준다. 어쩌면 과학이란 문제의 정답이 ‘넌 괜찮다’가 아닌가 한다.
나는 더 잘 우울해 나간다. 2019-11-102019-11-10 요즘 곰곰히 내 내면의 감정들을 관찰하면서 내가 우울하지 않았던 것은 우울한 감정이 없어서가 아니라 그걸 내내 쫓아내고, 덮어씌우고, 없었던 체해왔기 때문임을 알게 되었다.
나는 모르는 것을 내버려 두어야 한다. 2019-09-152019-09-15 글을 계속 써. 일단 너를 내려놓아 봐. 쓰고 나서 다시 써. 이번에는 더 내려놓아 봐. 그냥 너라는 사람이 없어도 좋을 정도로 내려놓아.
나는 부산에 여덟 시간 있다 왔다. 2019-08-262019-10-26 부산역에 도착한 열 시부터 다시 부산역을 출발한 다섯 시까지 다음과 같은 순서로 움직였다. 호텔 로비에 딸린 커피숍에서 마시면서 글 좀 썼다. 새로 생겼다는 민물장어 덮밥집에서 시키는 대로 밥을 사등분해서 먹었다. 교보문고에서 산문집 하나 사서 광안리 해변에서 반, 영도에 전망 좋은 카페에서 반 읽었다. 부산 아트 북 페어에 가서 구경하고 사람들 만났다.
나는 그간 눈떨렸다. 2019-08-152019-08-15 커피를 안 마신 건 카페인이 지난 한 달 가량 지속된 왼쪽 눈밑 떨림의 원인으로 지목되었기 때문이다. 특히 크게 기지개를 켜거나 하품을 하는 것처럼 신경에 전기가 쫙 흐르는 그런 때에 떨림이 심했다.
나는 돈을 되찾았다. 2019-06-052019-10-26 그렇게 나는 천 달러 넘는 현금 봉투를 우버에 두고 내렸다. 여권과 함께 내가 벗어 들고 있던 자켓 안주머니에 들어 있었는데, 내가 둘 다 떨구고 나서 여권만 챙겼던 것이다.
나는 충실한 마음을 주고받고 싶다. 2019-04-132019-07-24 최근에 누군가에게 조언을 받고 나서 그게 진품이 아닌 것 같다는 인상을 받았다. ‘~하는 게 좋겠어’라는 문장 형태를 띄고 있더라도 모두 진짜 조언인 것은 아니다. 어떤 말들은 단순히 ‘네가 ~하지 않으면 나의 현실이 훼손돼’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나는 삼 2호에 결합에 관한 글을 썼다. 2019-03-292019-10-26 살아 있는 30대의 삶을 기록하는 저널 〈삼〉 2호에 글을 보탰다. 〈삼〉 2호의 주제는 ‘결합’이다. 나는 〈결혼이라는 나의 문제〉라는 제목으로 짤막한 에세이를 썼다. 주제가 주제이고 지면이 지면인만큼 꽤 개인적인 글이 나왔다. 이 블로그에 써 온 말들로 나를 아는 분들이라면 재미있게 읽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