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어차피 농담이라고 생각한다. 2018-08-032019-07-24 나와는 전혀 다른, 심지어 나로서는 어떤 것인지 정확히 파악하기도 어려운 방식으로 현실을 감지하는 사람 덕분에 최근에 나의 세상-겪기가 무척 새로웠다. 지금까지 나를 드러내고 나의 기준을 신경쓰는 사람들로 내 주변을 채워왔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나에게 맞지 […]
나는 서울퀴어문화축제가 끝나고 앓아누웠다. 2018-07-202019-07-24 우리는 M을 찾고 있었다. 두 번째 트럭 뒤에 있다고 해서 열심히 걸어 여섯 번째 트럭부터 따라잡았는데, 아무리 찾아도 없었다. 호리호리한 실루엣의 M이 세상에서 제일 튀는 까만 시스루 드레스를 입었다고 해서 바로 찾을 줄 알았건만. 우리는 […]
나는 친구들이 결혼했다. 2018-07-152019-07-24 캐롤과 잭슨이 대구에서 결혼을 했다. 지난 10년 동안 나와 행복한 추억들을 가장 많이 만든 친구 중 둘이 서로에게 시집 장가를 간 것이다. 작년 연말에 둘이 서울을 방문했을 때, 개인적인 일로 풀 죽어 있던 나에게 결혼 […]
나는 재정비 중이다. 2018-05-232019-07-24 2018년 상반기는 참으로 오래 기억될 시기가 될 것 같다. 내가 얼마나 연애와 같은 친밀한 관계 앞에 서툰지, 내 감정들이 얼마나 다스리기 힘든 놈들이었는지, 내가 나에 대해 안다고 믿는 신념이 어떻게 내 눈을 가리는지 많이 배우고 […]
나는 술밤 2회 보고한다. 2018-04-272019-07-24 참 오랜만에 술밤 다운 술밤이 두 밤 있었기에 보고한다. 최근에 친해진 사람들과 해방촌 내리막길 술집 밥집 서너 군데를 들르며 내려오는 코스로 먹고 마셨다. 소세지와 사워크라웃 같은 걸 주는 동사무소 앞 집에서 멀로 한 병을 마시면서 […]
나는 가슴을 쓸어내린 적이 있다. 2018-03-072018-03-07 2016년 말 트위터 타임라인 분위기를 요즘 전국 공중파 버전으로 살고 있는 것 같다. 과연 2018년은 한국의 소위 ‘주류’ 정치·사회·문화가 젠더라는 현실의 축을 더는 외면하지 못하는 해가 될 것이라고 말한 적이 있는데, 그건 사실 예측이라기보다는 염원이었다. […]
2017 인생 자평 2018-01-012019-10-02 12월 32일을 맞아 지난 한 해를 돌아보겠다. 블로깅 초창기에 했던 것처럼 몇 가지 주제를 정해 한 해를 주제별로 돌아보는 작업인데, 달라진 점이 있다면 블로그에 공개하는 것이 주된 목적이 아니라는 점이다. 나 스스로를 위한 가감없는 〈2017 […]
나는 누군가의 독촉으로 새 글을 쓴다. 2017-11-302017-11-30 블로그에 글을 잘 쓰지 못하게 되는 것은 사실 글 세상에서 중력이 점점 강해지고 있어서다. 오해를 감수하는 데 드는 비용이 점점 늘어난다. 그런 상황에서 계속 말하려면 하나, 제정신을 점점 더 자주 차려줘야 하고 둘, 기술이 점점 […]
나는 일에 의도가 있게 한다. 2017-11-14 운좋게 성숙하는 조직에서 일하면서 전에 없었거나 체계 없이 굴러가던 일들의 기틀을 잡는 일을 번번히 맡게 되는데 할 때마다 어렵지만 즐겁다. 일을 ‘생각하며’ 할 수 있는 여유 확보, 일을 ‘하나씩’ 할 수 있는 순위 설정, 일을 […]
나는 거기가 거기임에 안도한다. 2017-10-242019-05-09 아 물론 뉴욕과 엘에이와 서울이 거기가 거기는 아니다. 하지만 제대하고 나서 뉴욕에 돌아갔던 25세 김괜저가 두 뺨에 눈물줄을 그리고 뉴욕 거리를 달렸던 것에 비하면 이번 복귀는 몹시 안정적이었다. 첫날 밤, 엘에이 야라네 거실에서 절친들과 사는 […]
나는 나성에 갔다. 2017-10-142019-05-09 작년에 상해 여행을 떠나려고 김포공항에 가서야 중국 비자가 없다는 것을 깨달았던 본인은 이번에는 LA–NY 여행을 떠나려고 김포공항에 가서야 무비자 입국을 위한 ESTA 신청을 안 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다행히 공항 벤치에 앉아 그 자리에서 모바일로 신청하니 […]
나는 삿포로-오타루에 다녀왔다. 2017-09-102019-05-09 이박 삼일 가족 여행. 식구 넷이 같은 비행기 타고 해외 여행 갔다 오는 것이 7년 만이다. 마지막 여행은 간사이였다. 그 때와 비교하면 참 많은 게 바뀌었다. 에어비앤비-구글맵-구글번역 그리고 각자 쌓인, 여행 온 자신에 대한 이해. […]
나는 애써 편안하다. 2017-08-012019-05-09 모든 종류의 편안함은 인위적이다. 특정 정보를 (또는 특정 정보만 빼고) 차단하였기 때문에 마음이 편안하고, 특정 조치들을 미리 취해놓았기 때문에 몸이 편안하다. 그렇지 않을 때에는 기본적으로 불편하다. 현실은 불확실하고 불공정하며 그렇다는 사실을 많이 안다고 편안해지지 않는다. […]
나는 생각나는 사람이 있다. 2017-04-232019-05-09 봄이 되면 생각나는 죽은 사람이 있다. 바쁜 학생이었던 나를 가르친 그 많은 선생님들 가운데 가장 선생님이 아니었던 사람. 그는 열 일곱의 나와 우리 반 아이들에게 한 학기 동안 시를 가르쳤다. 가르쳤다기보다, 시라는 것이 있으니 한 […]
나는 떠나는 걸 잘한다. 2017-03-112019-05-09 대통령이 무사히 파면된 어제, 금요일. 천적과 J의 집들이가 7시였는데 캘린더에 8시로 잘못 적어놓았다. 선물로 공구함을 준비했는데 미처 공구함에 공구들을 넣지도 못한 채로 황급히 달려갔다. 둘의 집은 천장이 높고 차분한 하늘색 벽지가 예쁜 공간이었다. J가 준비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