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사당을 정리한다. 2023-02-062023-02-06 사당역은 나의 사사로운 추억에 화답할 여유가 조금도 없는 철벽 공간이어서 웃기다. 사당역에 서서 혼자 옛사랑을 떠올리고 있으면 그냥 길 잃은 사람처럼 보일 것이다.
나는 여름의 끝 붙잡았다. 2022-11-082022-11-08 가져온 스웨터와 패딩은 소파에 던져놓고 해변으로 갔다. 집 앞 길만 건너면 A 해변. 십 분 걸으면 B 해변. 언덕 하나 넘으면 C 해변인 동네다.
나는 뉴욕을 찾아갔다. 2022-07-272022-11-30 뉴욕을 찾아갔다. 친구를 보기 위해서. 동네를 살피기 위해서. 구제를 사 입기 위해서. 공연을 보고 영화관에 가기 위해서.풀밭에 눕기 위해서. 신발이 해체될 때까지 걷기 위해서. 머리를 식히기 위해서. 방향을 잡기 위해서. 과거의 나와 자웅을 겨루기 위해서
나는 평안을 구한다. 2021-10-192021-10-19 내 동네는 평안동. 놀이터와 장성한 나무가 많은 오래된 아파트 단지다. 단지 밖으로 나가는 문은 동서남북으로 있는데 각기 속성이 다르다
2020 인생 자평 2020-12-282021-01-04 2020년의 결과로 나는 현실이란 가공할 만한 장벽이지만 그만큼 그것에 균열을 내고 넘어서는 것 역시 사람이 하는 일이라는 점을 실감하게 되었다.
나는 주행시험이 취소됐다. 2020-12-202020-12-20 그냥 어쩌다 보니 면허를 못 땄습니다 라고 하면 될 것을 마치 운전과는 맞지 않는 얼터너티브한 라이프스타일을 견지하는 양 살아왔다.
나는 바로 여긴지도 모른다. 2020-09-132020-09-13 내가 대장도에서 올라가봤던 작은 봉우리 얘기 해줄까? 봉우리. 새만금방조제에서 봤을 땐 자그마한 동산일 뿐이었지만, 그 섬들 중에선 그보다 높은 봉우리가 있다고는 생각지 않았어.
나는 통화량이 늘었다. 2020-08-022020-08-02 전화를 하면서 걷는 일이 많아졌다. 점점 없어져가던 통화할 일이 이렇게 2020년에 다시 많아질 줄이야. 월 통화사용량이 0분 남았다는 문자를 꼬박꼬박 받는다.
나는 다시 송정이었다. 2020-07-192020-07-19 글 한 줄 뒤에는 사람이 얼마든지 자신의 진짜 모습을 숨길 수 있는데, 한 권 분량의 글에는 도망칠 곳이 없고 내가 고스란히 드러난다.
나는 홍콩에서 춘절을 보냈다. 2020-02-092020-07-19 모든 것이 잠시 멈춘 춘절은 잠깐 가서 친구 집 샤워기 걸이를 고쳐주고 오기에 좋은 타이밍이었다. 신종 코로나로 정말 도시 전체에 마스크가 아예 동나서 겨우 구한 유아용 마스크를 쓰고 종일 걸었다.
2019 인생 자평 2019-12-312020-07-19 작년도 재작년도 하루하루를 고민하고 외로워하며 보낸 것 같은데, 한 해를 통째로 보면 늘 고민한 것보다는 이룬 것들이, 외로워한 시간보다는 외롭지 않았던 (외롭다의 반대말이 뭐지?) 날이 더 기억에 남는다.
나는 전시 네 곳에 갔다. 2019-10-202019-10-26 가을이 되니까 전시 소식들이 날아오고 외국에서 귀한 예술인 친구도 날아와서 그간 일과 더위에 절어 있던 내 안의 ‘나가서 전시도 좀 보고 그러는 인간’을 깨우는구나. 순서 무관하게 기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