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자평2 개월 전 2020 인생 자평 ⌜2020년의 결과로 나는 현실이란 가공할 만한 장벽이지만 그만큼 그것에 균열을 내고 넘어서는 것 역시 사람이 하는 일이라는 점을 실감하게 되었다.⌟
안 죽는 삶3 개월 전 나는 주행시험이 취소됐다. ⌜그냥 어쩌다 보니 면허를 못 땄습니다 라고 하면 될 것을 마치 운전과는 맞지 않는 얼터너티브한 라이프스타일을 견지하는 양 살아왔다.⌟
안 죽는 삶6 개월 전 나는 바로 여긴지도 모른다. ⌜내가 대장도에서 올라가봤던 작은 봉우리 얘기 해줄까? 봉우리. 새만금방조제에서 봤을 땐 자그마한 동산일 뿐이었지만, 그 섬들 중에선 그보다 높은 봉우리가 있다고는 생각지 않았어.⌟
안 죽는 삶7 개월 전 나는 통화량이 늘었다. ⌜전화를 하면서 걷는 일이 많아졌다. 점점 없어져가던 통화할 일이 이렇게 2020년에 다시 많아질 줄이야. 월 통화사용량이 0분 남았다는 문자를 꼬박꼬박 받는다.⌟
여행한 데8 개월 전 나는 다시 송정이었다. ⌜글 한 줄 뒤에는 사람이 얼마든지 자신의 진짜 모습을 숨길 수 있는데, 한 권 분량의 글에는 도망칠 곳이 없고 내가 고스란히 드러난다.⌟
안 죽는 삶1 년 전 나는 홍콩에서 춘절을 보냈다. ⌜모든 것이 잠시 멈춘 춘절은 잠깐 가서 친구 집 샤워기 걸이를 고쳐주고 오기에 좋은 타이밍이었다. 신종 코로나로 정말 도시 전체에 마스크가 아예 동나서 겨우 구한 유아용 마스크를 쓰고 종일 걸었다.⌟
인생 자평1 년 전 2019 인생 자평 ⌜작년도 재작년도 하루하루를 고민하고 외로워하며 보낸 것 같은데, 한 해를 통째로 보면 늘 고민한 것보다는 이룬 것들이, 외로워한 시간보다는 외롭지 않았던 (외롭다의 반대말이 뭐지?) 날이 더 기억에 남는다.⌟
안 죽는 삶1 년 전 나는 전시 네 곳에 갔다. ⌜가을이 되니까 전시 소식들이 날아오고 외국에서 귀한 예술인 친구도 날아와서 그간 일과 더위에 절어 있던 내 안의 '나가서 전시도 좀 보고 그러는 인간'을 깨우는구나. 순서 무관하게 기록.⌟
안 죽는 삶1 년 전 나는 속초에서 틀어박혔다. ⌜너무 햇빛이 셀 때 야외에 나가면 책은 얼굴가리개로 써야 하는데, 적당히 흐린 날에 축축하지 않게 풀밭에 누울 수만 있다면 책 한 권이 후루룩 넘어간다.⌟
안 죽는 삶1 년 전 나는 오랜만에 걸어서 퇴근했다. ⌜7시에 강남역에서 퇴근해 저녁 식사 시간 30분 제외하고 약 90분간 17,000여 걸음 걸어 신용산 집에 도착한 것이 된다. 동작대교를 파워 워킹하면서 립씽크를 하도 했더니 입만 움직였는데도 목이 쉰 것 같다. 즐거운 평일 저녁.⌟
안 죽는 삶2 년 전 나는 부산에 여덟 시간 있다 왔다. ⌜부산역에 도착한 열 시부터 다시 부산역을 출발한 다섯 시까지 다음과 같은 순서로 움직였다. 호텔 로비에 딸린 커피숍에서 마시면서 글 좀 썼다. 새로 생겼다는 민물장어 덮밥집에서 시키는 대로 밥을 사등분해서 먹었다. 교보문고에서 산문집 하나 사서 광안리 해변에서 반, 영도에 전망 좋은 카페에서 반 읽었다. 부산 아트 북 페어에 가서 구경하고 사람들 만났다.⌟
안 죽는 삶2 년 전 나는 토론토가 지낼 만했다. ⌜1. 토론토에는 아는 사람이 없다. 2. 토론토에는 볼 것이 적다. 3. 토론토에 꼭 필요한 것은 다 있다. 4. 토론토는 걸어서 다닐 수 있다. 5. 토론토는 뉴욕이 가깝다. 6. 토론토는 미국이 아니다.⌟
안 죽는 삶2 년 전 나는 돈을 되찾았다. ⌜그렇게 나는 천 달러 넘는 현금 봉투를 우버에 두고 내렸다. 여권과 함께 내가 벗어 들고 있던 자켓 안주머니에 들어 있었는데, 내가 둘 다 떨구고 나서 여권만 챙겼던 것이다.⌟
안 죽는 삶2 년 전 나는 제주도를 좌우로 돌고 남북으로 가로질렀다. ⌜무면허 두 남자가 짝을 이뤄 첫날은 탑동에서 애월, 한림을 거쳐 서귀포까지 섬을 시계 반대 방향으로 반 바퀴 돌고, 둘째날은 남으로부터 한라산을 윗새오름을 통해 올랐다 제주시로 내려온 다음 시계 방향으로 함덕, 구좌, 성산을 거쳐 다시 서귀포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