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통화량이 늘었다. 2020-08-022020-08-02 전화를 하면서 걷는 일이 많아졌다. 점점 없어져가던 통화할 일이 이렇게 2020년에 다시 많아질 줄이야. 월 통화사용량이 0분 남았다는 문자를 꼬박꼬박 받는다.
나는 다시 송정이었다. 2020-07-192020-07-19 글 한 줄 뒤에는 사람이 얼마든지 자신의 진짜 모습을 숨길 수 있는데, 한 권 분량의 글에는 도망칠 곳이 없고 내가 고스란히 드러난다.
나는 홍콩에서 춘절을 보냈다. 2020-02-092020-07-19 모든 것이 잠시 멈춘 춘절은 잠깐 가서 친구 집 샤워기 걸이를 고쳐주고 오기에 좋은 타이밍이었다. 신종 코로나로 정말 도시 전체에 마스크가 아예 동나서 겨우 구한 유아용 마스크를 쓰고 종일 걸었다.
2019 인생 자평 2019-12-312020-07-19 작년도 재작년도 하루하루를 고민하고 외로워하며 보낸 것 같은데, 한 해를 통째로 보면 늘 고민한 것보다는 이룬 것들이, 외로워한 시간보다는 외롭지 않았던 (외롭다의 반대말이 뭐지?) 날이 더 기억에 남는다.
나는 전시 네 곳에 갔다. 2019-10-202019-10-26 가을이 되니까 전시 소식들이 날아오고 외국에서 귀한 예술인 친구도 날아와서 그간 일과 더위에 절어 있던 내 안의 ‘나가서 전시도 좀 보고 그러는 인간’을 깨우는구나. 순서 무관하게 기록.
나는 속초에서 틀어박혔다. 2019-09-292019-10-26 너무 햇빛이 셀 때 야외에 나가면 책은 얼굴가리개로 써야 하는데, 적당히 흐린 날에 축축하지 않게 풀밭에 누울 수만 있다면 책 한 권이 후루룩 넘어간다.
나는 오랜만에 걸어서 퇴근했다. 2019-09-17 7시에 강남역에서 퇴근해 저녁 식사 시간 30분 제외하고 약 90분간 17,000여 걸음 걸어 신용산 집에 도착한 것이 된다. 동작대교를 파워 워킹하면서 립씽크를 하도 했더니 입만 움직였는데도 목이 쉰 것 같다. 즐거운 평일 저녁.
나는 부산에 여덟 시간 있다 왔다. 2019-08-262019-10-26 부산역에 도착한 열 시부터 다시 부산역을 출발한 다섯 시까지 다음과 같은 순서로 움직였다. 호텔 로비에 딸린 커피숍에서 마시면서 글 좀 썼다. 새로 생겼다는 민물장어 덮밥집에서 시키는 대로 밥을 사등분해서 먹었다. 교보문고에서 산문집 하나 사서 광안리 해변에서 반, 영도에 전망 좋은 카페에서 반 읽었다. 부산 아트 북 페어에 가서 구경하고 사람들 만났다.
나는 토론토가 지낼 만했다. 2019-06-132019-10-26 1. 토론토에는 아는 사람이 없다. 2. 토론토에는 볼 것이 적다. 3. 토론토에 꼭 필요한 것은 다 있다. 4. 토론토는 걸어서 다닐 수 있다. 5. 토론토는 뉴욕이 가깝다. 6. 토론토는 미국이 아니다.
나는 돈을 되찾았다. 2019-06-052019-10-26 그렇게 나는 천 달러 넘는 현금 봉투를 우버에 두고 내렸다. 여권과 함께 내가 벗어 들고 있던 자켓 안주머니에 들어 있었는데, 내가 둘 다 떨구고 나서 여권만 챙겼던 것이다.
나는 제주도를 좌우로 돌고 남북으로 가로질렀다. 2019-05-042019-07-24 무면허 두 남자가 짝을 이뤄 첫날은 탑동에서 애월, 한림을 거쳐 서귀포까지 섬을 시계 반대 방향으로 반 바퀴 돌고, 둘째날은 남으로부터 한라산을 윗새오름을 통해 올랐다 제주시로 내려온 다음 시계 방향으로 함덕, 구좌, 성산을 거쳐 다시 서귀포로.
나는 초봄에 걸었다. 2019-04-022019-07-24 지난 토요일의 코스는 해방촌에 가오픈한 집에서 펼친 샌드위치로 아점을 먹은 뒤 스토리지 북 앤 필름에 들러 후암동으로 내려온 다음, 남산을 빙 돌아 명동 플라스크까지 닿는 경로였다. 언덕도 있고 해서 땅 모양을 좀 느끼면서 걷기 좋다. 이번 주만 해도 봄꽃이 활짝 핀 곳들이 있던데, 지난 주에는 개나리가 색을 막 펼치려 하는 때여서 귀여운 맛이 있었다.
나는 상해에서 다섯 끼 먹었다. 2019-01-252019-10-26 우리 가족은 먹는 것이 여행에 얼마나 중요한지 옛날부터 잘 알았다. 식사 때를 놓쳐 허기가 지거나, 아침에 차가운 커피를 못 마시거나 (엄마의 경우), 저녁 식사에 맥주나 와인 한 잔을 못 곁들이거나 (아빠의 경우), 긴 비행 동안 […]
2018 인생 자평 2019-01-072019-07-24 작년에 이어 같은 방법으로 한 해에 대한 평을 쓴다. 나 스스로를 위한 가감없는 〈2018 인생 자평〉을 먼저 길게 쓰고 나서, 검열과 가공을 거쳤다. 0. 총평 2018년은 내가 지난 10여 년 간 「어쩌면 나와는 관련없는 일일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