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요새 인생에서 빠진 게 바로 매드 맨이었음을 깨달았다.

Jessica Pare as Meagan in the ABC Mad Men‘s Season 5 premiere

Meagan이란 인물을 특별히 좋아하는 건 아니지만 맨 위의 잔치 장면은 너무나 쫄깃해서 올려놓았다.


이렇게 잘 나가는 연속극이 왜 사시사철 방영되지 못하는지에 대한 의문 속에 무려 일 년 반을 기다려왔다. 네 번째 시즌 마지막 방영분이 입대 직전인 2010년 8월이었으니 군생활 내내 이걸 못 보고 살았던 거다. 물론 그 동안 Boardwalk Empire라는 훌륭한 드라마와 이미 고인이 된 Bored to Death라는 산뜻하고 지역색 짙은 코메디를 만날 수 있게 되었지만 휴가에서 돌아온 이번 주 기다리고 기다리던 매드 맨 3시간분을 보니 이 정도로 빠져드는 연속극은 어디에도 없다는 게 다시금 분명해졌다. 여느 극처럼 애써 만든 인물이 제대로 전달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앞선 나머지 갈등과 속내를 대놓고 읽어주지 않고 술술 풀어가는 대담함이 좋고, 기초적인 수준일 수도 있지만 역사나 사회학에 관심 있는 사람의 관련촉각을 무한히 자극하며 시각 음악적 양식은 이미 다른 어떤 텔레비전 텍스트와 비교해도 우습게 월등한 수준이다. 특히 새 시즌 들어 60년대 중반 특유의 미친 색과 뿌잉뿌잉하게 낙천적인 디자인이 풍부하게 전면에 배치돼 눈이 호강했다. 물론 극에서처럼 세월이 변한다고 삶의 모든 구석구석이 뿅 하고 바뀌는 건 웃기는 일이겠지만, 유행이 매우 진하게 드러나는 배경과 인물을 바탕한 극이라는 점을 십분 이용해 더 과장된 천국버전을 보였다고 이해하면 된다. 매드 맨을 볼 때면, 세상이 한순간에 보는 앞에서 조각조각 부서져 버릴 것 같은 연약한 마음과 그러나 부서진 조각까지 전부 다 내 것인 것 같은 근거 없이 다 가진 맘이 동시에 든다. 어쨌든 오랜만에 새 시즌이 시작한 올봄은 아직 안 본 사람이라면 첫 시즌부터 시작하기에 딱 좋은 계절이다. 지금 시작한다면, 부럽다.

  1. e

    이 씬, 정말 쫄깃했습죠. 큭큭. 다소 전개속도가 느리다 싶은 시즌 3까지 끝내고, 시즌 4 건너뛰고 (주로 게을러서) 시즌 5왔더니 눈이 휘둥그레지더군요. 베티의 등짝은 산만해져있고 로저의 사무실은 그야말로 뿌잉뿌잉=3

  2. 김괜저

    베티 갑상선 좀 어떻게…….

  3. 유진

    돈 아파트 맘에 들어ㅎㅎ

  4. 김괜저

    카피라이터들 공용구역도 이쁘고ㅎㅎ

  5. Rose

    답답한 마음에 네 블로그와 숨좀 쉬고간다. 남들은 다 움직이는데 나만 멈춰있는 듯한 느낌에 갑갑하고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하는지도 모르겠고. 언제 또 바람쐬러 나오니. 맥주한잔하자.

  6. 김괜저

    멈춰 있는 느낌은 여기선 되게 자주 느낄 수 있는 건데 오히려 딴 사람 안 보고 나만 챙겨보면 좀 트일 수도 있지 않을까. 다음달엔 충분히 더울테니 맥주를 마시자.

  7. 제이 정

    형때문에 4시즌중간에서 멈춰놨던거 몇일새 한꺼번에 해치워버렸어용ㅋㅋ난 돈이랑 그 금발닥터랑도 좋았는데 새시즌에서 매간너무 섹시하게 캐릭터잘잡아준거같아ㅋㅋㅋㅋ

  8. 김괜저

    진짜ㅎ 메건 딱 호감이랑 비호감까지는 아니라도 I don’t care about you랑 왔다갔다하게 잘 쓰고 있음.

  9. 별일없이산다

    6-3에서 You’re sixteen going on seventeen 엔딩이 참 소름돋았음
    안나오니? 맛있는 거 먹으러 가자

  10. 김괜저

    맞어요! 노래 전에 뜨르링 할때부터 숨을 들이쉬었음. 나 다다음주말에.

  11. 별일없이산다

    아..ㅠㅠ 그때면 난 미국 들어가고 없는데 다음을 기약해야겠네. 9월 17일에 한국 들어올거야. 그땐 시간 많댔지?
    8월말-9월 걸쳐서 런던 갈건데 파리도 갈까 고민중이다. 전에도 말했듯이 눈 뒤집힐까봐 가기가 무섭긴 한데 말야…-_- 너 혹시 벨기에는 가봤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