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 설레게 만든 건 / 네가 아니고 나야⌟
나는 봉황산에 누워 있었다.

⌜책으로 얼굴 덮고 잠깐 조는 게 이렇게 좋은데 너무 오랜만이었다⌟
나는 나았다.

⌜샤워하고 습관적으로 향수를 뿌렸는데 아무 냄새도 나지 않았을 때에는 식겁했다⌟
나는 장례 첫날에 코로나에 걸렸다.

⌜토요일 새벽에 할아버지가 돌아가셨다. 임종은 아빠가 지켰다. 향년 구십 구세. 얼마 전에 백 살이 다 무어냐 하셨다는데⌟
나는 투표가 고민이다.

⌜이번 선거는 정말 선거일을 하루 남긴 오늘까지도 고민의 연속이다. 어떤 마음으로 심상정을 뽑아야 할 것인지, 참으로 고민이다⌟
나는 듣똑라에 나왔다.

⌜듣똑라는 상암에서 녹음한다. 상암은 가깝지만 먼 동네다⌟
I don’t know how they’ll write about me
⌜I’m on a plane to Jeju
Where I assure you I know no one⌟
2021 인생 자평

⌜2021은 나의 솔직한 욕구를 생활과 일에 조금 더 정직하게 반영시키는 한 해였다. 좋아하는 일을 더 제대로 하고, 좋아하는 사람들을 더 잘 챙기는 법을 터득해 나갔다⌟
나는 호텔방을 가습한다.

⌜겨울철 낯선 호텔방의 습도를 높이는 방법을 터득해가는 것. 이게 나이가 든다는 것 아닐까?⌟
Testimony
⌜There were lights in the sky / As it rained the stars came with⌟
나는 운동한 지 일 년 됐다.

⌜누군가는 30대에 뒤늦게 운동을 시작한 걸 클리셰라고 하겠지. 클리셰면 어떤가? 나에게 이보다 더 큰 장르 파괴, 반전 결말은 없다⌟
나는 책을 쓴 지 일 년이 됐다.

⌜약점인 연애와 술을 제목으로 책을 쓴 경험으로 말미암아 나는 정신의 거북목이, 영혼의 골반비대칭이, 마음의 역류성식도염이 조금이나마 교정된 것 같은 그런 기분이다⌟
나는 평안을 구한다.

⌜내 동네는 평안동. 놀이터와 장성한 나무가 많은 오래된 아파트 단지다. 단지 밖으로 나가는 문은 동서남북으로 있는데 각기 속성이 다르다⌟
나는 생각이 바뀌고 있다.

⌜이런 사소한 습관의 변화가 연쇄로 작용한다면 내가 불현듯 피어싱을 할지, 오토바이를 탈지, 봉춤을 배울지 모를 일이다⌟
나는 몸뚱이가 하나다.

⌜불과 한 달 전에 상담 선생님에게 ⌜자기 효능감으로 날아갈 것 같아요⌟라고 선언했는데 이번 달 상담은 한 번으로 모자라 다음 주에 또 오기로 약속을 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