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스레 저렇게

괜스레 저렇게는 김괜저(@gwenzhir)의 블로그이오니 잘 읽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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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결혼 이야기〉가 다 좋은데 하나가 거슬렸다.

최근 한 달간 거의 매일 듣고 또 들은 곡인 〈Being Alive〉를 아담 드라이버가 부르는 장면이 있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바로 우산도 없이 빗길을 뚫고 아트하우스모모로 달려갔다.

나는 과학에 기댄다.

과학은 드넓지만 길을 잃을 길이 없고 오직 공동 운명인 방식으로만 외롭게 하며 산다는 것은 뭔가를 짊어지거나 뭔가에 의해 내던져지는 것이 아니라 그저 있음인 것임을 알려준다. 어쩌면 과학이란 문제의 정답이 ‘넌 괜찮다’가 아닌가 한다.

나는 더 잘 우울해 나간다.

요즘 곰곰히 내 내면의 감정들을 관찰하면서 내가 우울하지 않았던 것은 우울한 감정이 없어서가 아니라 그걸 내내 쫓아내고, 덮어씌우고, 없었던 체해왔기 때문임을 알게 되었다.

나는 조커 싫고 자파가 좋다.

내게는 오로지 친구 없는 게이로 나이들며 ‘당연히’ 마법을 습득하여 알라딘이라는 청년을 음모와 계략으로 제압해 내 것 만드는 것만이 주어진 길로 느껴졌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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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가졌던 아이폰들 줄세운다.

표준 화각이나 저조도 성능을 보충할 필요가 있어서 나오자마자 샀다. 그래 봤자 식사만큼 자주 찍어 올리는 인스타그램이나 더 잘하게 되겠지. 내가 아이폰을 사서 써 온 건지 아이폰이 나를 숙주로 부려 온 건지 구분하지 말기로 하자.

나는 전시 네 곳에 갔다.

가을이 되니까 전시 소식들이 날아오고 외국에서 귀한 예술인 친구도 날아와서 그간 일과 더위에 절어 있던 내 안의 ‘나가서 전시도 좀 보고 그러는 인간’을 깨우는구나. 순서 무관하게 기록.

인생을 어디에

내 인생 어디에 바칠까요 예술에 사업에 운동에 진리에 사랑에 아름다움에 가족에 민족에 인류에 내 호들갑 내 주책에 고개를 젓고 고기를 뒤집는 감사한 친구에게

나는 작은 물건 정리했다.

전에 끼던 반지는 오천원 짜리이고 새 반지는 만오천 원 짜리이다. 둘 다 싸구려지만 전에 것은 원래 검은색이었던 껍질이 벗겨져 황동색이 드러난 것이고, 이번 것은 원래 금색 도금이니 큰 발전이다.

나는 속초에서 틀어박혔다.

너무 햇빛이 셀 때 야외에 나가면 책은 얼굴가리개로 써야 하는데, 적당히 흐린 날에 축축하지 않게 풀밭에 누울 수만 있다면 책 한 권이 후루룩 넘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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