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량한 하루가 저물면 / 마피아처럼 고개를 드는 사람⌟
나는 비오는 날을 좋아했었다.
⌜비오는 날을 맘놓고 좋아할 수 있는 조건을 마련해 달라는 주문 그것이 그 때의 내가 나에게 보낸 편지였구나 깨닫는 것이다⌟
나는 뉴욕을 찾아갔다.

⌜뉴욕을 찾아갔다. 친구를 보기 위해서. 동네를 살피기 위해서. 구제를 사 입기 위해서. 공연을 보고 영화관에 가기 위해서.풀밭에 눕기 위해서. 신발이 해체될 때까지 걷기 위해서. 머리를 식히기 위해서. 방향을 잡기 위해서. 과거의 나와 자웅을 겨루기 위해서⌟
날 설레게 만든 건
⌜날 설레게 만든 건 / 네가 아니고 나야⌟
나는 봉황산에 누워 있었다.

⌜책으로 얼굴 덮고 잠깐 조는 게 이렇게 좋은데 너무 오랜만이었다⌟
나는 나았다.

⌜샤워하고 습관적으로 향수를 뿌렸는데 아무 냄새도 나지 않았을 때에는 식겁했다⌟
나는 장례 첫날에 코로나에 걸렸다.

⌜토요일 새벽에 할아버지가 돌아가셨다. 임종은 아빠가 지켰다. 향년 구십 구세. 얼마 전에 백 살이 다 무어냐 하셨다는데⌟
나는 투표가 고민이다.

⌜이번 선거는 정말 선거일을 하루 남긴 오늘까지도 고민의 연속이다. 어떤 마음으로 심상정을 뽑아야 할 것인지, 참으로 고민이다⌟
나는 듣똑라에 나왔다.

⌜듣똑라는 상암에서 녹음한다. 상암은 가깝지만 먼 동네다⌟
I don’t know how they’ll write about me
⌜I’m on a plane to Jeju
Where I assure you I know no one⌟
2021 인생 자평

⌜2021은 나의 솔직한 욕구를 생활과 일에 조금 더 정직하게 반영시키는 한 해였다. 좋아하는 일을 더 제대로 하고, 좋아하는 사람들을 더 잘 챙기는 법을 터득해 나갔다⌟
나는 호텔방을 가습한다.

⌜겨울철 낯선 호텔방의 습도를 높이는 방법을 터득해가는 것. 이게 나이가 든다는 것 아닐까?⌟
Testimony
⌜There were lights in the sky / As it rained the stars came with⌟
나는 운동한 지 일 년 됐다.

⌜누군가는 30대에 뒤늦게 운동을 시작한 걸 클리셰라고 하겠지. 클리셰면 어떤가? 나에게 이보다 더 큰 장르 파괴, 반전 결말은 없다⌟
나는 책을 쓴 지 일 년이 됐다.

⌜약점인 연애와 술을 제목으로 책을 쓴 경험으로 말미암아 나는 정신의 거북목이, 영혼의 골반비대칭이, 마음의 역류성식도염이 조금이나마 교정된 것 같은 그런 기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