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스레 저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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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을 어디에

내 인생 어디에 바칠까요 예술에 사업에 운동에 진리에 사랑에 아름다움에 가족에 민족에 인류에 내 호들갑 내 주책에 고개를 젓고 고기를 뒤집는 감사한 친구에게

나는 작은 물건 정리했다.

전에 끼던 반지는 오천원 짜리이고 새 반지는 만오천 원 짜리이다. 둘 다 싸구려지만 전에 것은 원래 검은색이었던 껍질이 벗겨져 황동색이 드러난 것이고, 이번 것은 원래 금색 도금이니 큰 발전이다.

나는 속초에서 틀어박혔다.

너무 햇빛이 셀 때 야외에 나가면 책은 얼굴가리개로 써야 하는데, 적당히 흐린 날에 축축하지 않게 풀밭에 누울 수만 있다면 책 한 권이 후루룩 넘어간다.

나는 오랜만에 걸어서 퇴근했다.

7시에 강남역에서 퇴근해 저녁 식사 시간 30분 제외하고 약 90분간 17,000여 걸음 걸어 신용산 집에 도착한 것이 된다. 동작대교를 파워 워킹하면서 립씽크를 하도 했더니 입만 움직였는데도 목이 쉰 것 같다. 즐거운 평일 저녁.

나는 모르는 것을 내버려 두어야 한다.

글을 계속 써. 일단 너를 내려놓아 봐. 쓰고 나서 다시 써. 이번에는 더 내려놓아 봐. 그냥 너라는 사람이 없어도 좋을 정도로 내려놓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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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부산에 여덟 시간 있다 왔다.

부산역에 도착한 열 시부터 다시 부산역을 출발한 다섯 시까지 다음과 같은 순서로 움직였다. 호텔 로비에 딸린 커피숍에서 마시면서 글 좀 썼다. 새로 생겼다는 민물장어 덮밥집에서 시키는 대로 밥을 사등분해서 먹었다. 교보문고에서 산문집 하나 사서 광안리 해변에서 반, 영도에 전망 좋은 카페에서 반 읽었다. 부산 아트 북 페어에 가서 구경하고 사람들 만났다.

나는 그간 눈떨렸다.

커피를 안 마신 건 카페인이 지난 한 달 가량 지속된 왼쪽 눈밑 떨림의 원인으로 지목되었기 때문이다. 특히 크게 기지개를 켜거나 하품을 하는 것처럼 신경에 전기가 쫙 흐르는 그런 때에 떨림이 심했다.

나는 그만 흐리련다.

비도 오고 하니 요즘 하루 중 몇 시 쯤인지 가늠이 안 된다. 아침에 환하게 해가 뜨면 팔굽혀펴기라도 해야 할 것 같고 오후에 햇빛이 노래지면 오늘 눈 앞의 일만 하느라 계획과 회고에 시간을 쓰지 못하진 않았는지 견과류 한 봉지 먹으며 뉘우치게 되는데, 계속 흐리니까 그냥 저냥으로 하루를 보내기 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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