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바티칸으로 갔다. 2025-05-112025-05-12 슬픔의 한복판에서 짐짓 기뻤다. 평시에 혼자 왔더라도 카톨릭은 무엇인가, 인간 교황은 누구인가 하는 (별로 깊지는 않은) 사유에 잠긴 채 다녔을 텐데, 온 세계가 같은 주제에 몰두한 것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나는 잠실에 다 와서 다짐했다. 2025-04-122025-04-12 모처럼 잠실이라는 중산층 정상사회의 기운이 가득한 밝은 곳에서 대낮에 새로운 인연을 만나보겠다고 고속열차까지 타고 상경한 내가 한없이 안쓰럽게 느껴지는 것도 사실이었다.
나는 서대문에 있었다. 2025-01-262025-01-26 서울에 온 김에- 하고 걷는 도심 산책은 대개 중구나 마포구로 향하기 마련이고, 서대문구에서 정작 도심에 가장 가까운 서대문역 주변은 발길이 잘 닿지 않는 동네였다.
나는 수괴를 잡았다. 2025-01-152025-01-15 수많은 사람들, 그러니까 나의 동지들, 내게 어렴풋한 구호에 불과했던 사람들, 전애인들, 척진 사람들, 겸상할 일 없을 사람들, 언제든지 다시 싸움을 재개할 일정이 잡혀 있는 사람들이 힘을 모아 잡았다.
나는 신옌콰이러했는지 확인하고 왔다. 2024-12-012024-12-01 이번에 돌아간 것은 과연 타이베이 사람들이 바람대로 새해 복을 잘 받았는지 아니었는지 검사하는 목적을 가졌다
나는 바닷가 결혼식 다녀왔다. 2024-11-102024-11-10 휑한 아침 타겟과 삼엄한 새벽 월그린에서 생필품을 구경하는 것. 하드웨어 스토어와 가든 센터를 마치 용달을 부르고 룸메이트에게 전화해 이 대형 화분을 집에 들일 수 있는 양 둘러보는 것.
나는 숲속 결혼식 다녀왔다. 2024-09-272024-09-27 퇴근 후 밤 비행기로 뉴저지로 넘어가 하루를 보낸 뒤 할렘에서 친구 부부 차를 얻어타고 다섯 시간을 달려 도착한 버몬트 숲속 마을.
나는 또 비엔나까지밖에 못 갔다. 2024-07-242024-07-24 하필이면 나의 덜렁댐을 가장 잘 알고 잔소리할 자격이 있는 두 사람과 함께한 여행에서. 그렇게 부다페스트는 한 번 더 내 손끝을 스치고 멀어졌다.
나는 몸을 어찌저찌 만든다. 2024-06-072024-06-07 옛날부터 살이 찔까봐 밥을 양껏 먹는 것에 대한 학습된 공포가 컸다. 덩치에 비해 정말 적게 드시네요라는 말을 들으면 그제야 안심이 되었다.
나는 붓기가 가라앉자 부산에 갔다. 2024-05-01 대학교 문예창작 워크샵에서 초량이라는 지명이 있는 줄 모르고 그냥 이름을 지어내서 단편소설에 썼는데 다른 학생이 검색을 해 보고 초량 이즈 인 부산 롸잇? 이라고 물어본 적이 있었다
나는 신옌콰이러 하고 돌아왔다. 2024-02-182024-02-18 지금껏 말이 안 통해 쭈뼛거리며 손짓으로만 소통하던 종업원이 식탁 앞에 딱 서더니 두 손을 앞에 모으고 크게 외쳤다. 신옌콰이러!
나는 바닷가에 내려놓는다. 2024-01-282024-01-28 몸 컨디션이 좋지 않은 티를 냈다. 그래야 나 스스로도 그 점을 기억하고 조절을 할 수 있다. 그건 좋은 생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