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브로콜리 두부 탈리아뗄레를 했다.

집에 오는 길은 한산했다. 평일에는 나오는 병사들이 많지 않아 좋다. 조용필의 친구여를 부르면서 큰길로 나가 동전으로 버스를 탔다. 혼자일 때는 콜밴 대신 시외버스를 탄다. 좀 오래 걸리지만 안양행 차는 아홉시에야 있으니 되레 적절하다. 평촌에 와서는 약복 차림으로 킴스클럽에 들러서 장을 봤다. 사는 건 늘 대강 정해져 있다. 괜히 브로콜리 두 송이를 샀다. 의왕을 살짝 돌아서 오는 마을버스에선 딱 봐도 너무 어린 어미와 포대기에 싸여 몰라주며 목놓아 우는 자식내미가 참으로 서러워 보였다. 아가야, 스피노잔가가 그러시더라. 왜 삷의 순간순간에 눈물을 흘리는가, 인생은 통째로 비극인 것을.

씨스터는 곧 출국이라 시트콤을 켜 놓고 분주하게 짐 싸고 있었다. 위해서 점심을 만들었다. 열에 아홉은 파스타라 또 미안하게 됐다. 나 혼자 먹으면 브로콜리만 구워서 두부랑 먹을텐데 탄수화물이 있어야 대접하는 기분이지. 그래서 탈리아뗄레를 삶았다. 브로콜리는 소금물에 대친 뒤 기름을 조금 묻혀 타닥타닥하게 구웠다. 두부는 집에 있던 장조림 국물을 조금 발라 마찬가지로 구웠다.

집에 오니 적당한 크기의 냄비 하나가 늘었다.

너무 싸서 이상했던 구르메 마켓의 탈리아텔레. 역시 좀 두꺼운 게 특별히 맛있는 편은 아니었다.

데친 뒤 구우면 딱 적당한 식감이 된다. 마늘을 넣어도 좋은데 오늘은 브로콜리만 줄기까지 숭덩숭덩 넣었다.

요새 두부중엔 얘가 제일 참하게 생겼음.

이만큼만 부치면 되는데 요리 속에서 두부만 싱겁게 겉돌면 재미없으므로 장조림 국물을 바르자.

대충 잘라야 맛있다.

핀란드에서 산 후추갈이로 후추를 후추후추
프랑스에서 산 프랑스산 올리브기름병에 다시 채운 국산 올리브기름을 기름기름

브로콜리가 너무 짜게 돼서 만들어 놓은 밋밋한 샐러드를 그대로 투척했다.

맛은 딱 맛없지는 않은 정도. 샐러드를 애초에 넣으려고 계획한 게 아니어서 섞기엔 너무 시큼했다. 씨스터는 다행히 무사히 먹어주었다. 장조림 국물만 빼면 채식인데 기왕 하는 거 좀 더 야심차게 만들어 볼 걸 그랬다. 요리라기엔 숙연해지는 휴가 첫 끼니였다.

  1. Lady S

    맛있어 보이는 음식도 음식이지만,

    사진의 색감이 예뻐요 ! 노랑빛, 초록빛이 확- 두드러지네요 !

    사진에 감탄 하고 갑니다아:)

  2. kimji

    야매요리의 울림이 들리지만, 음식 사진과 음식맛이 야매 같지 않아보입니다.

    오래 전에 토마토 수프 포스팅을 본 기억이 나는데, 요리를 즐기시나 봅니다.

  3. 김괜저

    진짜 오래 됐는데 기억하시네요. 재밌어서 계속 하는 편입니다.

  4. 눈팅하다가 늘 사진의 색감에 감탄하게 되네요 ㅠㅠㅠ

  5. 후임친구

    신생아한테 인생은 통째로 비극이라고 하신거임….

  6. 김괜저

    맞잖아

  7. rose

    후추후추 소금소금 기름기름 야매요리라고 하기엔 니 음식 너무 고급

  8. 김괜저

    야매요리도 맛은 좋을거야

  9. 아무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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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 아무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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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 아무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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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 아무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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