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자연사박물관과 이곳저곳을 갔다.

일단은 여러가지 기술적 제약으로 인해서 독창적 네비게이션을 구현하려는 시도는 수포로 돌아갔습니다. 날씨가 참 좋네요.
천적이랑 얘기하다가 뭐가 생각났다. 나는 저번에 손을 그리기 위해서 방 안에서 내 왼손을 들여다보고 그린 적이 있다. 그런데 아무리 그려도 기형적으로 보이고 손 모양을 자연스럽게 그릴 수가 없었다. 3일 밤낮으로 내 손을 그리려고 노력했지만 마음에 드는 그림이 나오지 않았다. 사흘째 되는 날 결국 포기하고 밖에 나와 친구들과 놀았다. 그런데 친구들의 손을 무심히 보다 보니 제각각 다르게 생겼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러나 그 모든 제각각의 손에는 전부 자연스러운 손이 되게 하는 ‘손다움’이 공통으로 있다는 것을 알았다. 나는 곧 친구들 다섯 명에게 부탁해서 왼손 모델을 해 달라고 하고 재빨리 다섯 손을 그렸다. 그리고 그 다섯 손에서 공통으로 느껴지는 자연스러운 균형을 재현하려고 노력하면서 다시 내 왼손을 그렸다. 그랬더니 비로소 내 손 그림이 자연스럽게 보였다. 이건 모다?

혼자 American Museum of Natural History에 갔다. 어렸을 때 가 본 적이 있는 곳인데 Introduction to Visual Culture 수업 의무사항이고 해서 다시 찾은 Roosevelt Rotunda는 기억보다 작았다. 기억은 오래 될수록 그 크기가 어마어마해진다. 늙을수록 현실은 작아지지.. 어제는 지독히 춥더니 오늘은 점퍼를 입고 있으면 좀 더울 정도로 날씨가 따뜻했다. 박물관을 대강 둘러본 후 센트럴파크를 가로질러 내려와 버스를 타고 돌아왔다. 저녁은 jenny usha kevin과 먹었다. kevin은 cinderella의 왕자 역으로 뮤지컬 캐스팅이 되었단다.jenny는 올 여름 한국에 올 지도 모른다고 한다. 난 외국인 친구를 한국에서 만나본 적이 한 번도 없다.
kevin과 jenny는 같은 world culture: eastern asia를 듣는데, 공자 노자 도자 얘기를 하더라. 타이완 혈통인 jenny는 중국어를 조금 안다. 나와 jenny는 동양철학을 영어로 말하면 정말 애기같고 앞뒤가 안 맞는 것 같지만 한문으로 보면 깊이가 대단하다는 것에 동의했다. confucius라는 어정쩡한 romanized name은 왜 계속 쓸까? 형용사 같지 않아? yeah, oh you look kinda confucius today. oh my god, that’s so confucius. kevin하고 얘기하면 대화가 이상해진다. 그는 사과하는 것을 좋아한다. 조금만 앞을 가리거나 살짝 부딛히거나 말이 겹치거나 하면 무조건 정색을 하고 사과한다. 이제는 이것을 강력한 무기로 사용한다. 아무 말이나 막 해버리고 정색으로 사과하면 무마된다.
지금은 토요일 밤이므로 다시 이모댁이다. 이모와 이모부는 늦게야 들어오시고 나는 은혜 지혜와 놀았다. 그녀들은 내게 왜 hannah montana가 좋은지를 납득시키려고 두 시간 동안 설명해 주었다. 그리고 vanessa anne hugens의 누드 사진이 유출된 점에 깊은유감을 표하며 깊게 반성하고 사과했으므로 다시 좋아하기로 했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또 디즈니 채널 스타들이 주류가 된 핑크색 잡지를 여러 개 가지고 와서 ‘어떤 남자친구가 나에게 맞을까?’ 심리 테스트를 해 보라고 계속 요구했다. ‘just pretend these are girls.’ 결과는 나는 jonas brothers의 nicholas가 맞는다고 한다. 오늘은 은혜의 열 번째 생일이다.

  1. 천적

    푸핫.

  2. EggLover

    어 야 설마 jenny yu??? 눈크고 이쁜애?

  3. 역시나그렇게

    천적 : 푸핫.
    엑럽 : 아니.

  4. ko-un

    아 이렇게 정신없는듯한 일기 좋아요ㅋㅋ 재밌ㅋ

  5. 역시나그렇게

    고운님 : 정신은 옵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