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는 딱 하나이고 그건 영어다. 영어는 학문이라고 하기에 좀 민망한 과목이다. 영어를 잘 하는 가장 빠르고 정확한 방법은 영미권 생활이고 현(postcolonial) 서구 헤게모니에서 비영미권 가정이 영미권 생활을 하려면 대체로 높은 소득수준이 필요하다. 일일히 타자로 치고 있는 내가 민망할 정도로 당연한 소리지만 그래서 영어를 아주 잘 하는 애들을 뽑아 놓으면 그만큼 전반적인 소득 수준이 높을 것이다.
학문의 근본적인 속성(먹고 살 만 하니까 손에 물 안 묻히고 살자)에 의해 경제사회적 계층과 학업 성취 사이에는 마땅히 어느 정도의 연관이 있을 수 밖에 없지만, 영어를 배워서 말할 수 있게 된 경험에서 보면 이 ‘과목’은 더욱 기형적으로 돈이 없으면 글러먹은 영역이다. 수학이나 국어에 과외비를 쏟아부어 공부하는 짝꿍을 밤을 새어 달달 외워서 이겨 보자는 건 어느 정도 가능할 지 모르지만 미국에서 오륙년 산 어머니 벗의 자제를 국내파가 이기려면 테레비에 나올 만한 기적이 필요하다.
예컨데 국제중학교가 귀족학교가 됐다면 문제는 딱 하나이고 그건 영어라는 뜻이다. 나도 귀족학교라는 클레임 많이 걸리는 학교 출신이라 잘 알지만 돈이 많으면 영어 잘 하기는 수십 배 쉽다. 그리고 그런 처지가 못 되는 다수 중 의견 있는 사람들은 고소득층만 들어갈 수 있는 학교가 자꾸 생기니 궁극적으로 부나 권력의 양극화가 영속될 것을 걱정하여 목소리를 낸다.
정확히 무엇을 겨냥한 목소리인가? 청심중학교에서 서민 자제는 1명도 없었다는 현상에만 짜증을 내면 부질약한 짓이다. 현상을 욕하면 힘이 들고 만다. 왜인지를 따져서 배후인자를 가격해야 된다. 그럼 우리가 때려야 할 악인은 잉글리쉬고 잉글리쉬만 브이아이피 취급하는 못 돌이킬 듯 보이는 이 어떤 대세이다. 잉글리쉬만 아니었으면 고급교육의 문턱은 좀 더 공평했을 것이고, 이 어쩔 수 없는 귀족학교는 오명에 발끈할 명분을 가질 수 있었을 것이다. 학비 자체가 너무 비싼 탓도 분명 크지만, 중간 소득층 가정들이 아무리 봐도 놀라울 정도로 많은 돈을 사교육에 쏟는 불균형을 생각하면 귀족학교가 된 청심의 사연이 높은 학비 때문만은 아니라는 것을 생각할 수 있다. 무엇보다, 학비는 높으신 분들의 공감대와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면 각 학교 법인들을 두들겨서 내릴 수 있는 것이고 (그렇게 쉽게 될 것이란 뜻은 절대 아니지만) 또 이런 학교들과 일반학교 사이에 자율에 기초한 단계별 수준별 학교들이 허용된다면 학비도 어느정도 골라잡을 수 있는 수준이 될 날이 올지도 모르지만, 더 고치기 힘들고 더 무섭고 궁극적으로 불행한 일은 설사 학비가 싸다고 해도 영어 중심 전형을 비집고 들어갈 만한 농어촌의 아들딸들이 얼마나 생기겠느냐는 걱정이다. 이건 잉글리쉬와 그의 무리들, 이 영어로 쏼라쏼라거리는 어떤 대세를 보는 우려다.
이 어떤 대세는 완력이 대단한 장정이어서, 서민층도 영어교육 확대를 선뜻 반대하기 어려워하는 경우를 본다. 영어가 중요하다는 인식, 바로 ‘내 머리속의 영어’가 우리가 내부에 품고 있는 주적인데, 이것을 감히 어떻게 공격하나? 지금 세상에 영어가 중요하지 않다라고 말하려는 건가? 넌 미제국 유학하는 놈이 배부른 소리 한다. 전쟁통에 싸전 주인이 쌀을 안 먹어도 살아요 하는 것하고 다를 게 뭐지?
영어교육은 아래부터 위까지 일백프로 순수한 돈지랄이다. 나는 어떻게 하면 영어를 신성한 학문의 전당에서 어느 정도 끌어내려, 시간과 권력과 세기적인 헤게모니에서 좀 더 자유로운 어른 과목들에게 성공의 열쇠가 되실 기회를 드리고, 유행을 타고 있는 잉글리쉬라는 기술의 재평가를 촉발할 수 있을지 정확한 길은 모르겠다. 그렇지만 이것이 넓은 눈으로 본 몸에 좋은 방향이라는 것은 안다. 참으로 독특한 노릇이지만, 나는 영어 공교육의 가장 궁극적인 목표는 영어를 시간표에서 없애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실력있는 영어 선생님들께서는 영어를 가르치되 다들 잘 할 수 있게 도와, 결국엔 덜 중요하게 만드는 것이 사명이 되어야 한다. 무턱대고 이상한 군데군데에서 건지듯이 뽑아 올린 찌꺼기 추가영어전담교사들이나 일주일 1시간에서 2시간으로 영어를 늘리려는 교육청 초등부나, 결국엔 영어로 안녕, 밥먹었니, 잘 가 하는 대한민국을 만들겠다는 맥빠진 지도자들은 나침반을 거꾸로 읽고 있다.
영어를 없애서 영어가 현재 서있는 귀족적 위치가 철폐된다면 참으로 좋겠습니다만, 사실 영어를 공교육의 시간표에서 삭제시키는순간 한국땅에서 영어는 진짜 귀족의 언어가 되버릴 가능성이 큽니다. 그래서 차라리 영어수업의 방식을 갈아치워야하는데 정부는 맨날 말만 영어 집중화한다고 하면서 내놓는건 그 예전에 내놓는 구식대책이지요. 그러면서 어디에서 영어를 사용하는 환경에서 공부하면 영어습득이 빠르다는 소문을 듣고(민사고 영향으로 보입니다.) 학교에서 영어만 쓰게하겠다는둥의 정책을 슬슬 내놓고, 말하신 ‘영어로 안녕, 밥먹었니, 잘 가 하는 대한민국’을 그 정책으로 창조해보려는 것이지요. 사실 한국에서 가장 표 얻기 쉬운 방법들이 땅값이랑 집값 무조건 올려주겠다는거랑, 영어 잘하게 해주겠다같은것들이니까요.
뭐 계속 생각해나가다보면 결국 한국에서의 잘못된 영어교육문제를 돌파할 창구는 범국민적으로 영어에 대한 욕구를 거세시키고 시작하는 판타지같은 방법밖에 없지요.
영어를 사용하는 환경에서 공부하면 영어습득이 빠르다는 것은 소문이 아니라 사실입니다. 인프라가 없는데 하려니 문제지요. 교대 영어과를 아예 특수과정으로 두고 더 많이 뽑아 양성하면 남는 영어전공자도 처리하고 영어 공교육도 전문화하고 좋을 것 같다고 생각하지만 이건 또 다른 얘기고.. 근 몇년간 교육의 교자도 모르는 듣보못 영어전공자들이 선생님으로 떠받을여 모셔져 오는 상황을 아시면 같이 속이 타실 겁니다.
영어 외에 다른 실력이 그냥 그러면 영어분야 이외의 일에 제한을 두어야 -_-
그런 영어분야 이외의 일에는 대표적으로 교육이 있습니다.
그런데요 사실은… 돈 없고 영어만 잘하는 인간은 대한민국에서 할 게 없어요. 대기업 취직? 영어만 잘한다고 대기업 취직 절대 안되요. 번역도 자리 미어지고요. 학벌 따라가고요. 영어 강사 자리도 치열하고요. 돈 많은 애들은 걔들끼리 놀고요. 입에 풀칠하며 살 순 있는데 노력과 시간 투입에 비해 인생에 획기적인 도움이 되는 학문은 절대 아닌 것 같아요.
마치 영어하면 인생펴는 것처럼 선전하고 순순히 믿는 것도 문제지만, 영어 잘하는 사람에게 주어지는 혜택은 분명히 있잖아요. 학벌 따라간다고 하시는데 영어 잘하면 학벌 쉽거든요.
단지 영어는 열심히 한다고 되는 게 한계가 분명한 분야니까요. 돈이 있으면 영어를 더욱 잘할테니까 대한민국에서 시키는 일이 있겠죠. ‘돈 없고 영어만 잘하는 인간’은 영어를 일등으로 잘하지 못하리라고 점을 쳐 봐요 그러면 영어에 노력과 시간 투입을 이렇게 강요하는 대세가 야속하다는 게 보이죠.
영어를 너무 높게 평가하는 현재의 대학입시, 입사, 승진제도의 변화가 있어야 영어광풍이 잦아들지 않을까 싶습니다.
어느 정도는 분명히 발악해 봤자 못 바꿀 금세기 트렌드이지만 물살에 휩쓸려 갈지 같잖아도 좀 개겨 볼지는 현대인의 몫입니다.
아무쪼록 공부 열심히 합시다.
잘했어
this is what i was talking about
괜저님, 이런 끄어밍적인 발상을.
두어 달 전에 한 친구와 이런 얘기를 하면서 희망에 부풀다가 현재 영어산업의 규모가 너무 커져버려서 사회적경제적으로 좌절될 거라고 좌절했었는데 말입니다.
듣보잡에 좃병구같은 미국 떨거지 백인들을 비싼돈 주고 고용해서
효과는 하나도 없는 과외 시키는 이런 변태스러운 양상 때문에
그런 현상에 대한 신문기사를 읽은 미국에 있는 백인 친구들한 앞에서 얼굴들기가 힘들다네
나도영어가너무어려워 아무때나 다뒤져 보아도 없잖아… 아.. 하느님 빨리 찾게해주세요… 오오오오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