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발했다.

한 올 한 올 정성을 들이는 미용실 세이토모코에서 이발을 했는데, 중학교 이후로 가장 짧은 머리로 바꿨다. 반응은 「헉」(못 알아봤네, 다시 보니깐 어울린다)하고 「헐」(왜 했냐 긴게 나은데) 두 종류인 것 같다. 난 짧은 머리 사실 소화 못 하는 것 아는데 일 이 년에 한 번씩 꼭 까먹는다.


느즈막히 일어나서 책 좀 읽고 밥 만들어 먹고 하다가, 오후 들어 날씨가 좋아지길래(흐리다 비 옴) 걸으러 나갔다. 3번 큰 길 타고 23번 길까지 올라가서, 강가도 괜히 갔다가 아파트 단지 안에도 괜히 갔다가 하면서 놀았다. 그리고 thrift shop(중고, 빈티지)들만 골라서 들렀다. Gramercy 주변에 크고 작은 재미난 곳들이 꽤 있다. 다다음 주 여행 갈 때 가져갈 큰 가방을 하나 샀다. 가죽으로 된 단단한 네모 여행가방에 앞에 버클로 고정하는 옛스러운 가방인데 작년 피렌체에서 사서 쭉 쓰는 것보다 잘난 척 하기 좋고 안에 컴퓨터 같은 것 넣어도 괜찮을 것 같았는데 고작 $7이었다. ($8이었는데 굳이 학생 할인까지 해 주더라.) 옆 가게에서 $2에 mots justes(상황에 딱 맞는 맞는 단어)를 찾는 걸 돕겠다는 얇은 책도 한 권 샀다. 가방에 넣어 가지고 한 손에 들고 다른 손에 우산을 처들고 돌아다니니까 뉴욕에 막 도착했지만 처음 온 것은 아닌 듯한 여행 고수의 품위를 풍기고 있는 것 같았다.
여기저기 많이 더 돌아다니다가 저녁까지 먹고 들어왔다. MitaLisa가 클럽 가자고 해서 가서 한참 줄섰다가 신분증 안 갖고 온 걸 깨닫고 (18+ 클럽이 오히려 신분증에 더 집착한다) 나만 다시 집에 들렀다가 다시 들어갔다. 뭐 여느 클럽같이 그냥 평범한 음악에 평범한 기운에 평범한 바였고 재밌게 놀긴 했는데, 난 당췌 술 없이 어떻게클럽에서 서너 시간 놀 수 있는지 그 열정이 존경스럽다. 한국에서 친구들이랑 가면 여자 불평하고 음악 불평하고 다들 하지만, 괜찮은 음악에 2/3 넘게 여자들이었지만 지금껏 당연히 생각했던 술의 소중함을 깨닫는 계기가 되었다. (가기 전에 같이 보드카 반 병 비웠지만 신분증 가지러 갔다 오니 맨정신) 새로 Eric(지난번 에릭과 다른놈임)이란 친구 생겼고 두 소녀는 내일 또 가자는데 가게 되면 플라스크에 테킬라라도 숨겨 가야지 없이는 안 되겠다. 돌아오면서 맥도날드에 들러 쉬다가 왔다.

  • Ayan

    헛 저도 얼마 전에 중학교 이후로 가장 짧은 머리로 바꾸었는데,, 신기하네요 ㅇㅅㅇ;

    어렸을 땐 죽도록 싫었던 단발머리가 나이 드니 마음에 들더라구요

  • 김괜저

    마음에 드셨다니 다르네요.

  • 가벼운구름

    페북에 있던 사진?
    아냐아냐 괜찮아 잘 어울려 ㅋㅋ

  • 김괜저

    감사하다

  • 엑럽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제싴이 keith changed 래서 내가 hair? glasses? diet? 랫더니 갸가 dunno..maybe diet 이래서 그런가보다 햇는데…ㅋㅋㅋㅋㅋㅋ오늘 보니 대체 어떻게 모를수가 잇엇는지..

  • 김괜저

    헉………. 머리 잘라서 바뀐지 몰랐단 말이야 이럴수가

  • 마말

    얼굴책을 보니 그럴싸하니 어울리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