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저녁에 Jenny를 초대하여 「두툼한 맛이 든든한 된장김치찌개」를 대접했다. 여기 친구에게 한국 요리를 선사한 것은 생각해 보니 처음이다. 지난 해 전체적으로 내 대학 친구 목록을 잘 차지했던 플로렌스의 소년 소녀들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더 개인적인 고리들로 분열 정리되었다. 다들 그렇듯이 나도 일 학년 때와는 다르게 좀 친구랄 만 한 것들을 이곳저곳에서 찾았다. 그때도 지금도 딱히 찾아나선 적은 없지만 룸메이트와의 갈등이라거나 방 친구들과 여러가지 신경 써야 될 것들이라거나 기숙사 생활에 있어 이런저런 에너지 소모와 같은 다양하지 않은 이유로 혼자 재밌게 사는 데에 최대한 초점을 맞추었던 작년에 비해 올해는 수업마다 재미도 성과도 무척 좋았고 만나는 친구들도 좀 더 많아지고 어쨌든 좀 더 제대로인 것 같다.
프랑스어 수업에서는 Ben이라는 놈하고 친해졌는데 이번 학기 끝으로 졸업하는 4학년이라 좀 그렇지만 상당히 웃기는 인간이다. 자전거로 브루클린에서 통학하는데 Jennifer(교수)와 나하고 좋아하는 것들에 비슷한 점이 많다. 이곳에서 만난 사람들 모두를 통틀어 특히 영화나 연극 얘기할 때는 이 만큼 말 통하는 사람 다섯도 안 된다. 왠지 모를 이유로 얜 나도 이번 학기를 끝으로 졸업인 줄 알았다고, 아직 창창하다니까 놀라던데, 어쨌든 이번 프랑스어 수업은 지금까지 전반적으로도 우수했던 프랑스어 수업들과 비교해도 가장 기다려진다. 가장 할 것도 많지만 양에 비해 부담감은 정말 적다. 오늘 본 것과 같은 작문 시험에서는 마음대로 이야기 지어내면 되고, 일대일 말하기 시험에서는 좋아하는 극작가 얘기를 하면 되는데 거의 100% 그녀도 좋아하는 작가일 것이므로 (한 마디 할 때마다 너무 열정적으로 맞장구를 쳐 줘서 몸 둘 바를 몰랐다) 힘든 것 모르게 된다. 수업 얘기로 샜는데 어쨌든 친구 사귀었다.
이번 학기 들어 나는 중학교 때보다도 더 틈만 나면 나서서 말을 하고 있다. 특히 강의마다 굉장히 나대었더니 지금까지는 겪어보지 못한 상황.. 즉 나는 이름을 모르는 애들이 내 이름을 다 알아서, 좀 친해지고 나서도 난 이름을 까먹는 경우가 많이 발생한다. 확실히 적극적으로 날뛰고 웃기는 짓도 하고 자꾸 눈에 뛰니까 친구 사귀는 것이 아주 쉬워진다. 어떻게 하면 외로운 인생 친구를 사귀나요 맥락의 인생초급 테크닉 같이 들려서 싫지만 어쨌든 내가 힘 안 써도 주위에서 먼저 다가와 주는 건 정말 편하고 괜찮은 일이다. 오늘 사회학 이론 수업 시간에 토론하는데도 내가 딴 생각하느라 웃었는데 마침 말문이 막혔던 Cindy는 Keith가 정리해 줄 거에요 라면서 돌이킬 수 없는 짐을 넘겨주었다. 아니 정리해 줄 수 없는 막장이었기 때문에 된통 고생했지만 나도 옆에서 킬킬대던 Cameron한테 넘겨버렸다. 화목하지 아니한가, 어쨌든 친구 사귀었다.
아 부럽다부럽다.
저는 항상 나대는데 (특히 정치) 교수님이 초 진지. 나는 농담한 건데 ‘참 흥미로운 관점이에요’하고 깊게 생각하는 표정
교수님 제발 웃어주세요 TㅡT
이런 교수님 (Steve Lukes)—
Brad : I can’t imagine how Marx would reconcile these two points.
교수님 : Okay, do we all share Brad’s, let’s say, lack of imagination?
낄낄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