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스레 저렇게

괜스레 저렇게는 김괜저(@gwenzhir)의 블로그이오니 잘 읽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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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톱질하러 간다.

엄청 오래된 글입니다. 역사적 기록으로 다뤄주세요.

드디어 이놈이 목공에까지 발을 담갔다. 며칠 망설인 끝에 상가에 가서 소나무 판때기를 사서 키보다 큰 것을 늠름하게 들고 차 탈 거리를 걸어왔다. 진작에 만들걸 지금껏 제3세계 갓난애라도 좋으니 누군가 손 대 놓은 싼 걸 사겠다고 발악했으니 못됐다. 그리스도가 대패질 하던 시절처럼 선량한 얼굴로 톱질을 해서 책을 꽂아야지. 그리고 잘 된다면야 하루 시간을 내서 침대를 만들지도 모른다. 아시다시피 방이 좁아서 (병우가 누우면 정수리와 발바닥이 벽에 닿을 정도) 일반적인 잠자리가 들어가지도 않는다.
집에서 부친 짐이 총 3편이었는데 두 가지는 받았는데 상자 하나가 어디서 막혀 들어오지를 않고 있었다. 배송측에서 알아본 결과 세관에서 잠깐 늦어졌다는데 어쨌든 오늘 우체국으로 찾으러 오라는 쪽지를 받고 처음 새 동네 우체국을 갔다. 맨해탄에는 브로드웨이가 세 개 있는데, 중앙브로드웨이 서브로드웨이 동브로드웨이다. 물론 첫번째는 그냥 브로드웨이라고 부르고 나머지는 아류가 되겠다. 어쨌든 중앙브로드웨이야 뉴욕에 처음 도착하면 만나는 크고 긴 도로고 서브로드웨이는 작년 트라이베카 쪽에 자주 걸어가곤 하면서 친숙해졌는데 유독 동브로드웨이는 몇 번 가 본 적이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동브로드웨이는 알파벳도시부터 시작해서 중국마을을 아주 절절하게 관통하는 길이기 때문이다. 새 동네로 이사 오고 나서 중국마을 깊숙히 들어갈 때가 매우 많은데 지금까지 내가 알던 중국마을은 정말 아무것도 아니었구나 하는 깨달음이 크다. 별로 과장을 보탤 것도 없이 맨해탄 다운타운은 절반이 중국마을인 것이다. 깊이 들어가면 갈수록 정말 더 중국이 된다. 북경에 갔을 때에도 차로 돌아다닌 때문에 이렇게 중국삶을 들여다볼 수 없었는데 여기는 진실로 느껴지는 것 같다. 코코넛 아이스크림을 먹었다. 환승할인으로 돈을 아낄 심산으로 탄 버스에서 내게 중국말로 길을 물은 할머니는 지독히 고집이 세었다. 말귀를 못 알아듣자 어깨를 찰싹찰싹 때리면서 (이놈의 중국애가 왜 이렇게 답답해) 나중엔 봉다리에 볼펜으로 한문을 써서 보여주었다. 미안해서 난 그냥 이번에 내리라고 등 떠밀었다. 할머니 어차피 여긴 다 중국마을이에요. 출발지도 중국이고 종점도 중국이에요. 그냥 내려서 물어보세요. 나는 톱질하러 갑니다.

—Supertramp
  1. Rose

    나도 톱질좀 할 줄 아는 뇨자. 코코넛 아이스크림은 맛있어?

  2. 김괜저

    요새 코코넛이 좋아서 그럴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너무 바닐라 같이 만들었더라고.

  3. YUN

    엇. 톱질에 한 번 맛 들이면 헤어나오시기 힘들텐데…..

  4. 김괜저

    아무래도 그럴 듯… 톱 샀어요.

  5. 고기딖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so you. 김 “DIY” 괜저

  6. 김괜저

    너 계속 이름 만들랰

  7. 강변

    저희 집 맞은편에, 중국인 가정이 삽니다. 그 집 할아버지는 제게 중국어로 말을 겁니다. 거의 매일 보는데, 친절하게 인사도 하시고 말도 거시고…차에 시동 걸 때, 가끔은 다급한 목소리로 마구 말을 하십니다. 문제는 우린 전혀 의사불소통. 5년 넘게 거의 매일을 그 분의 중국어와 저의 영어로만 대화를 하는데, 적어도 발음과 손짓으로 미루어 매일 다른 소리 하시는 것은 같습니다만… 알고 보니, 중국인들 연세많으신 분들 중에는 그런 분들이 꽤 많은가 봅니다. 세상의 중심이 중국이니 당연히 다들 중국어를 하고 사는 줄로 아시나봐요. 아니면 중국어 종류도 하도 많으니, 자신들이 쓰는 말을 대개 다들 이해하는 줄로 알고 있는지도…

  8. 김괜저

    저도 그렇게 생각했어요. 모국어에 대한 개념이 여럿 중 한 가지 언어 이상인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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