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스레 저렇게

괜스레 저렇게는 김괜저(@gwenzhir)의 블로그이오니 잘 읽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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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책 읽은 거 3/4

엄청 오래된 글입니다. 역사적 기록으로 다뤄주세요.

15 제목 Eating Animals   (동물을 먹는다는 것에 대하여) 2009, En
저자 Jonathan Safran Foer
총평 조너던 사프란 포어는 (맨날 울궈먹어서 죄송한데) 2008년 우리 문예창작 작업장에 오셔서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 간 바 있다. 그 때 그는 「난 요새 소설이 아니라 동물을 먹는다는 것에 대한 책을 쓰고 있어」라고 말했는데 그게 이렇게 직설적인 제목으로 나올 줄은 몰랐다. 이미 슬금슬금 육식에 대한 눈이 가늘어지고 있었던 시점에 읽은 이 책은 내게 인정하고 싶은 만큼 이상의 영향을 끼쳤다. 「뭐? 날더러 우리가 먹는 돼지와 닭과 달걀과 생선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를 똑바로 직시하라니, 넌 얼마나 잘났길래?」하는 노여움을 애써 가라앉히고 이 소설 잘 쓰는 양반이 병적으로 허구를 배제하며 써낸 이야기를 들어 보자. 고기 먹으면 죽이겠단 책은 아니니까.
드는 힘 ★★★ 남는 것 ★★★★ 보편성 ★★★★★
16 제목 Eeeee Eee Eeee   (이이이 이 이이) 2007, En
저자 Tao Lin
총평 내용을 적는다는 것이 무의미한, 오직 브루클린에서 하루키를 읽으면서 자란 뻔뻔한 대만계 청년만 쓸 수 있을 것 같은 정신나간 책인데 매력이 끝내준다. 도미노피자에서 짤리면서 시작하는 주인공의 영양가 0g짜리 인생은 지겨움과 살인충동을 호소하는 곰과 돌고래와 물소떼, 죽임과 봉변을 당하는 일라이져 우드, 살만 러쉬디, 왕가위 등이 뒤섞여 있다. 물론 작가의 작심한 듯한 자아도취와 자취방스러운 무의미주의에서 기인하는 즉석매력이 큰 만큼 이 사람의 다음 책을 왜 읽어야 하는지가 분명하지 않다는 한계도 있으며 이것은 동료 뉴욕 아이들에게 하루키 같다는 소리를 듣는 깊은 듯 얄팍한 글을 즐겨 쓰는 소인에게도 커다란 두려움이 되고 있다.
드는 힘 ★★★ 남는 것 ★★★ 보편성 ★★
17 제목 May Day   (메이데이) 1920, En
저자 F. Scott Fitzgerald
총평 겉보기엔 특출날 것 없어 보이는 전형적인 피츠제랄드지만 짧은 길이에 그의 주제와 의식과 감정을 전부 조금씩 담고 있어 마치 그가 썼던 다른 소설들을 한 자리에서 읽는 듯한 (좋은) 기분이었다. 그의 첫 소설(낙원의 이쪽)보다 먼저 쓴 작품이다. 모두가 취한 중에 혼자 한 잔도 안 마신 듯한 작가의 느낌이 이 때부터 충만하다.
드는 힘 ★★ 남는 것 ★★★★ 보편성 ★★★
18 제목 Les oiseaux vont mourir au Pérou
(Birds in Peru, 새들은 페루에 가서 죽다)
1962, Fr
저자 Romain Gary
총평 글은 무척이나 섬세하고 흐르는 듯해서 뭔가 어지러울 정도로 낭만적인 것 같다가도 갑자기 끝나는 단편 하나하나의 끝에 이르면 내내 뭔가를 입술로만 말하고 있었던 것 같다는 걸 어렴풋이 깨닫는다.
드는 힘 ★★★★ 남는 것 ★★★ 보편성 ★★★★
19 제목 The United States of McSweeney’s   (맥스위니 합중국) 2009, En
엮은이 Nick Hornby + Eli Horowitz
총평 McSweeney’s는 미국 비주류(어느 정도 예전 얘기가 됐지만) 문학잡지·출판에서 십 년짜리 젊은 전설이 됀 간행물이고 거기에서 특히 특출난 단편을 뽑아 발간하는 이런 책들은 너무 늦게 맥스위니스를 알게 된 사람들에게는 좋은 안내가 될 것이다. 책이 너무 예뻐서 일 키로짜리 양장을 스코틀랜드 여행 하다가 사버렸는데 틈틈히 한 편씩 읽으니 연말 전에 다 읽었다. 다 좋았지만 최신판 한 권을 읽었을 때의 만족감보다 월등하지는 않았다.
드는 힘 ★★★ 남는 것 ★★★ 보편성 ★★★
20 제목 Cien años de soledad   (백 년 동안의 고독) 1967, Sp → En 
저자 Gabriel García Márquez
총평 이 책은 올해 Infinite Jest와 더불어 잘 쓴 소설에 대한 내 생각을 뒤엎어놓았다. 그의 단편은 수없이 읽어왔고 내가 썼던 몇 편의 반현실 단편들에 마법적 현실주의라는 그럴싸한 갈래를 제공해 준 이미 소중한 작가였지만 그의 소설을 이렇게 늦게 읽은 것은 잘못이었다. 나의 스승 Nathan의 「줄이고 줄여서 더 못 줄여야 좋은 글」 철학에 처음으로 의문이 생기는 순간이었고 스페인어를 좀 더 쎄게 공부하는 계기가 됐다.
드는 힘 ★★★★ 남는 것 ★★★★★ 보편성 ★★★
21 제목 7년의 밤 2011, Ko
저자 정유정
총평 소설보다 영화대본으로 더욱 괜찮을 것 같은 뒷끝없는 작품. 영화대본처럼 행동과 사건 중심으로 빠릿빠릿하게 움직여주는 소설을 한글로 읽은 게 비교적 오랜만이라 반가웠다. 하지만 (문장력을 무장해제하고 영화로 만들어보면 드러나겠지만) 인물에도 이야기에도 조금씩 양감이 부족하다. 모든 건 ‘비교적’ 좋았고 한 가지 완벽하다고 느낄 만한 면은 없었던 작품.
드는 힘 ★★★ 남는 것 ★★ 보편성 ★★★★
  1. 별일없이산다

    마르께스를 올해 읽은 건 의외네 – 루시디의 Shame이 백년의 고독이랑 형식이 많이 비슷한데 궁금하면 한번 봐. Eeeee Eee Eeee 는 인도에 들고 왔는데 아직 안 읽었지만 몇 장 넘겨 보다가 Douglas Coupland의 Generation X의 21세기 버전같다는 생각이…책 표지가 비슷해서일지도.

  2. 김괜저

    Eeeee Eee Eeee는 확실히 21세기이긴 해요

  3. greenies

    리스트 잘 보고 가요. 백년 동안의 고독은 제가 제일 좋아하는 소설이라서 반갑네요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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