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스레 저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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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원두 분쇄기를 사지 못하겠다.

엄청 오래된 글입니다. 역사적 기록으로 다뤄주세요.


Camano Coffee Mill
from Old Faithful Shop

핸드드립 카페에 있는 것처럼 오글거리게 고풍스러워서도 안 되고 유리에 흑회색 플라스틱으로 만들어 딱 봤을 때 정체를 알 수 없는 현대적인 것도 안 된다. 믹서기에 대충 갈아도 프렌치프레스하기엔 큰 무리는 없기 때문에 비싼 걸 사고 싶지는 않지만 분해해서 세척 가능하고 입자 크기 조절도 잘 되고 오래 쓸 수 있는 것들은 탐난다. 무엇보다 원두 살 때 조금씩 갈아오면 되는데 굳이 한 잔 한 잔을 갈아 마셔야겠느냐는 명분이 잘 서지 않는다. 커피를 하루에 세 잔 넘게 마시는 건 싫은데 딱히 습관이 생기는 걸 경계한다기보다는 그렇게 많이 마시면 매번 진짜 좋은 커피를 먹기에 돈이 너무 많이 드는 게 걱정이다. 뉴욕에 돌아가면 커피값과 식비부터 줄여야 한다. 장학금 시대는 서서히 저물고 있고 도시탐구를 핑계로 이런 저런 것들에 예외적으로 과소비하는 것도 더는 할 수 없다. 집에서 손으로 으깬 콩으로 만들어도 잘 거르기만 하면 얼마든지 맛있게 만들 수 있다는 걸 배워버렸다. 분쇄기가 생기면 집에 어제 갈아 남긴 Counter Culture 원두가 있는데 미드타운 갔다가 오는 길에 Everyman Espresso에라도 들러 같은 원두로 북미지역 바리스타 대회 3등 출신인 에이미인지 애슐리인지가 내려 주는 오천원짜리 에스프레소를 먹는다는 게 아무리 나라도 양심에 찔릴 것 같다. 이것이 내가 원두 분쇄기를 사지 못하겠는 이유다.

  1. James

    전 그냥 매번 원두 구입할 때 갈아서 옵니다. 많이, 자주 마시다보니 신선함을 위해 마실 때 마다 가는 건 큰 의미가 없을 것 같더라구요. 당연히 기계도 없구요.

    일전에 이태원에 갔다가 그 때 말씀하신 인텔리젠샤 원두 파는 곳을 우연히 발견했는데 어떤가요?

  2. 김괜저

    인텔리젠샤 원두는 맛이 좋습니다……만 제가 마지막으로 사려고 갔던 곳은 분쇄포장만 있더라고요. 전 카운터컬쳐 커피가 더 좋기도 해서 그냥 지나쳤습니다.

  3. James

    그것도 괜찮은가 보군요. 구입처 알아봐야 겠습니다.
    정보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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