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높은 집에 산다.

24층은 평촌신도시 안에서도 높은 축에 든다. 보이는 풍경의 양으로 본다면 전망이 끝내준다. 아파트와 아파트와 아파트가 보인다. 다행히 인덕원에서 평촌역까지 이어지는 공장도 있어 심심할 수 있는 시야에 산업 느낌을 약간 더해준다. 너무 더워서 사진을 퍼렇게 찍었다. 빨래가 두 시간만에 말랐다.

내일이나 모레 옷장을 정리해야겠다. 미국과 프랑스에서 내 옷은 그야말로 미친놈처럼 잘 정리했었다. 실제로 집에 와서 옷장을 보고 내가 미쳤으리라 판단해 거리를 유지해야겠다고 마음먹은 사람이 있을지 모른다. 그런데 귀국하고 나서 어차피 입을 일이 없다보니 마음에서 멀어져 옷방 붙박이장 하나에 아무렇게나 뒤섞이고 구겨진 채 방치돼 있다. 그리고 깨끗하게 빨래해서 습기를 쫙 뺀 옷도 안 입고 한데 두면 다 똑같은 옷장 냄새가 난다. 그리고 걸어 놓은 셔츠를 빼고는 구김이 너무 심해서, 선선할 때는 셔츠만 입고 더울 때는 티를 꺼내서 잘 다려서 선풍기 앞에 오 분 뒀다가 입고 있다. 오늘은 마 바지도 다렸다. 수선하는 아주머니께서 이건 마지막으로 이번만 수선하시고 또 찢어지면 버리세요, 했던 Urban Outfitters 쥐색 바지. 2008년에 워싱턴 디씨에 갔을 때 걸어다니기 너무 더워서 샀던 그건데.

김씨스터는 인턴하러 디즈니월드에 갔는데 디즈니같은 옷을 입고 기숙사에서 찍은 사진을 보내왔다. 기념품 판매라니 더운 거기서 그나마 괜찮을지도 모르겠다. 성희 방이 비는 동안 그간 침대도 없이 매트리스에서 지내온 걸 보상해주기 위해 내가 침대와 새 책상을 만들어주기로 했다(보상으로 못 느낄 수도 있다).

  1. ko-un

    나에게도 괜저님같은 오빠가 있었으면!

  2. Y

    불꽃은 푸른색일때 가장 온도가 높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