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이 예상을 웃도는 구형을 받자 왠지 술렁였다. 삼성은 어린이 괜저에게 이미 <대기업 중 하나> 따위 대우를 받는 것에 만족하지 않고 결단코 <선후없는 유일기업>로서의 인식을 강요한 지 오래다. 그룹은 알음알음 팔각에서 다가와 어느새 모교 인수건으로, 주위사람 취직건으로, 결국에는 유학후원건으로 해서 간격을 좁혀 앉았다. 일찌기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은 어린이의 무관심 속에 훨씬 안된 꼴을 겪었음에도 이건희 전 회장이 7년 구형(실형은 어차피 개연성이 낮은) 받은 것에 대해서 이 숨죽은, 놀랄 만큼 친밀한 동요가 이는 것은 왜일까. 삼성이건 대우건 사람들에게는 브랜드로 존재하지 이건희 김우중으로 존재하지 않는다.
어느 정도의 거대공포증(megalophobia)은 집단적인 본능. 너무 큰 것은 참으로 무섭지 않을 수 없다. 거대토끼, 스모.. 누군가 벌을 받는데 100% 정의로만 가늠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법은 항상 뜨듯하게 데워진다. 정치, 권력, 경쟁, 사상의 유행. 억울하다는 것은 그 자체로 판결의 수정을 필수화하지 않는다. 이 정도 일을 똑 떼어서 독립사건으로 보잘 수는 없다. 7년에 3500억원. 몇조를 내놨는데 잡아 끝까지 처넣겠다는 것, 따뜻한 손길은 분명 아니다. 정의를 인과관계의 당위성으로 보느냐, 끝이 좋으면 모두가 좋다는 식으로 보느냐는 중요한 차이였다. 사실 별 감흥없는 국민의 입장에서 본다면 돈 떼어먹은 자를 잡는 첫 번째 이유는 돈 받아내기 위해서여야 하는데, 돈을 받아내고도 괘씸죄로 패는 것은 어떻게 볼 것인가.. 재판에서 정당하지 않은 것은 아무것도 발생하지 않았다. 정당한 일은 한 가지 솔루션으로 존재하지 않고 스펙트럼의 방향성으로 존재한다. 법에 정당한 가운데 얼마나 방망이에 물을 먹일지는 시대가 결정하고 힘이 결정한다.
이런 것이 바로 고속성장의 찌꺼기다. 중턱까지 올라와서 너 출발 1분쯤에 부정행위 했지 하고 때리는 것, 좀 구차하긴 하지만 나무랄수는 없는 일이니까. 참으로 미묘하다. 아이러니의 쓰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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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 후 강남에서 인혜, 고삼녀와 레비스에서 만났다. 인혜는 일년만에 보는 것. 뒤늦게 무가식도 합류, 신나는 얘기들 하다 왔다. 고삼녀랑은 어쩌면 3학년때 파리에서 만날 수도 있게 되겠다.
그렇죠. 쓰나미
어떻게 너의 스킨은 이리도 깔끔한 것이냐.. 소스보니까 나랑 꽤 다르던데..
너가 일일히 다 소스편집한거..?
일일히 열한번째 소스편집한거겠지~?
님 저 2분만에 매진됬어요..
지
못
죄
돈은 그까짓거 안 뱉어도 돼요. 노후대책이든 손주 용돈이든 쓰고 싶은 데다 쓰라고 해요. 돈을 그렇게 챙길 수 있게 만드는 구조와 공기를 바로잡는 게 진짜 할 일이지요. 너나 나나 더 큰 도둑이 되지 못하는 자기를 한심하게 여겨야 하는 현실이라니, 그러면 안 되는 거잖아요?
메갈로포비아는, 없는 것에 대한 공포가 아니라 있는 것에 대한 저항이고 실존의 문제라는 점에서 포비아라고 부르기는 어렵다고 봐요. 무서운 것은 사실이지만..
맞는 말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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