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같이 독특한 시각에 집에 전화하는 일이 잦아졌다. 여기가 네 시, 다섯 시인 것을 아는 엄마가 받으면 항상 무슨 일 있냐고부터 묻는다. 「없어 그냥 잠이 안 와서」하고 오늘은 이랬느니 맞다 저번엔 또 저랬느니 그딴 얘기를 하고 있으면 문득 항상 이렇게 내가 마음 편이 끊임없이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엄마밖에 더 있을까 싶다. 왜 무슨 얘기를 할 지 단 한 순간도 고민하지 않아도 이렇게 말이 술술 나올까? 난 말주변이 없는 편이 아니지만 수석친구들과 있을 때에도 순간이나마 이 다음엔 무슨 얘기해야지 생각해야 마음이 편하다. 특히 통화할 때는 서로 말없이 웃고만 있어도 뻘쭘하지 않다는 걸 머리로 아니까 그걸 지나보내지, 머리속에 아무 생각도 없이 뻘쭘하게 견디고 있지 않는다. 보고 그리고 만드는 걸 좋아해서 어려서부터 눈이 감겨서 태어났으면 정말 아팠겠다고 생각했지만 요새는 말 못하는 게 더 두려울 때도 있다.
겨울에 여기에 있겠다고 집에 통첩을 보내고 나니 오히려 집에 더 가고 싶어지는 것이 사실인 데다가, 짧지 않은 방학동안 사람들 없이 좀 쓰리겠다 하는 조바심도 종종 생긴다. 매번 방학이면 「살아있었구나 이 자식아」하면서 눈코뜰 새 없이 사람들을 만나야 직성이 풀렸는데 그걸 건너뛰려니까 슈퍼 마리오 중간탄을 건너뛰고 숨은 통로로 마지막 탄으로 직행하는 마음처럼 조마조마하다. 그러다 어제 장 보고 돌아오는 길에서처럼 쌓인 눈인 줄 알고 밟았다가 무릎까지 도로변 얼음물에 빠지면 어떡해. 올 겨울들어 처음 온 본격 눈보라에 이런 어처구니없는 일이 있었는데 빠지자마자 반쪽이 피색으로 젖은 빨간 트레이닝 바지하고 산 지 얼마 되지도 않아 산전수전 다 겪는 알도 신발을 척 보고, 왠지 그게 웃겨서 기분이 좋아졌다. 그리고 그야말로 하하하 웃으면서 라파옛을 따라 올라오는데 생각이 들었다 「웃기지 나 생각보다 긍정적인데?」 고등학교를 추운 데서 나와서 그런지는 몰라도 오들오들하게 추우면 뭔가 그립다.
아 저도 그거 해봤어요. 총체적인 공포던데요.
퐁당
정말 푹..
학기가 끝나 집에 왔다네
뭣하는가
여하튼 내년이나 되야 보것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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