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스레 저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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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학생회관 점거를 본다.

엄청 오래된 글입니다. 역사적 기록으로 다뤄주세요.


사진 Andrew Hinderaker, NYTimes.com

뉴욕대학교에는 Take Back NYU (뉴욕대를 사수하라) 라는 이름의 학생 단체가 있는데 근 2년 동안 승강기에 낙서하고 기타 별 효능 없는 일만 하는 것으로 유명하던 이들이 이틀 전 자정에 Kimmel 학생회관을 점거하고 대학 행정에 이런저런 것들을 요구하고 나섰다. 이 건물 바로 옆이 도서관이라 언제나처럼 착실히 공부하러 가는 중에 막 점거가 이루어지는 것을 보게 되었다. Take Back NYU은 스스로의 소식과 요구사항을 올리는 인터넷 사이트가 있기 때문에 가서 얼마든지 볼 수 있다.
뉴욕대학교는 사립대 중의 사립대라고 할 만큼 학교와 학생의 관계가 깍듯한 점원 손님 사이 같은 분위기다. (「네 손님, 요번달부터 정가 12% 인상하게 되었습니다. 보다 좋은 서비스로 보답하겠습니다.」그래서 학교 안팎으로 이번 행동에 대해 의외라고 여기거나 멋모르는 짓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은 것 같다. 이미 그 자리에 있던 내게 이 사실을 알려 주려고 문자를 보내 준 Mita는 밑도 끝도 없이「웃기다」고 말했다. 뉴욕타임즈 인터넷판에 난 기사에는 「돈 많은 것들이 쇼한다」는 요지의 댓글이 왕왕 달렸다. 압권은 이것:

What do we want? / MORE STARBUCKS ON CAMPUS
When do we want it? / NOW DADDY, NOW!!!!!PAY FOR IT!!!!!

우리가 원하는 건? / 스타벅스 더 만들어 달라
우리가 원하는 때? / 지금 당장, 아빠!! 저거 사 줘!!

뉴욕대학교 학비가 세계 특일등급 수준이라는 사실은 널리 널리 알려진 사실이고.. 신세대 어린 도시 학생들이 흔히 받는 「편해 빠진 애들이 더해요」류의 시선이 이해되지 않는 건 아니지만 사실 생각해 보면, 학비가 제일 비싼 학교에서 학비 비싸다는 투정이 제일 먼저 나와야 이치에 맞는 것 아닌가? 나는 어쩌다 보니 한국에서 학비 1등 고등학교를 나와서 미국에서 학비 1등 대학교를 다니고 있는데 전반적으로 높은 가정 소득수준에 비해서도 부담되는 정도의 학비를 구체적으로 문제화하는 분위기는 오히려 없었다. 그래서 이번 일 같은 움직임이 마냥 유치하게 (예컨데 인터넷 세대의 멋모르는 학생운동 따라하기로) 보이지는 않다. 여느때처럼 너무나도 잠잠한 학교 분위기 때문에 소식을 못 듣고 전혀 모르는 이들도 많지만 의미심장하다고 보고 싶다.
하지만 의미심장한 일이니만큼 이번 점거 단체의 요구사항 중 구체적인 항목들이 좀 속 터뜨리는 성격임도 짚어야 된다. 객관적으로 봐도 좀 불투명한 편인 대학 재정을 투명하게 공개할 것, 학비 동결할 것 등 경제적인 내용이 골자이기는 한데, 「이스라엘/팔레스타인 가자 구역 출신 학생들 일정수에게 매년 장학금을 제공할 것」 얘를 어떻게 생각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 정당한 요구인지는 여러분의 판단에 맡기고.. 다만 협상 면에서 전략적으로는 좀 곤란한 설정이긴 하다.
사실 이건 무엇보다 물타기다. 영국 대학들에서 얼마 전부터 우르르 시작된 학교 건물 점거 유행에 미국 대학생들이 영향을 받았고, 뉴욕대학교가 하기 직전에 옆 학교 The New School (Parsons 디자인 학교가 소속된 대학)에서 이미 똑같이 터뜨린 (100% 성공은 아니었지만) 바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물 탄다고 반드시 생각없이 따르는 건 아니니 함부로 뭐랄 수는 없는 것이다.
요것과 같은 움직임을 현실성이 없다던지 주제넘다던지 (「가자 장학생 선발요구에서 웃으면 되나」) 기타 여러가지 이유를 들어 썩소를 날리기는 되게 쉽다. 하지만 대게 반항의 움직임은 유치하기 마련이다. 지나치게 진지해 보이는 어린 학생들의 액숀에 흠이야 백개라도 찾을 수 있지만 행동했다는 사실은 틀림없이 뭔가는 변화시킨다. 예전에 썼듯이 사일구 때는 초등학생들도 거리로 나왔잖아.

  1. 냐스

    저는 킴멜에 갈 일이 별로 없는데, 오늘은 제가 사랑해 마지 않는 교수님의 강연이 있어서 갔었어요.
    사후적으로 타임즈 기사 검색해보고 알았지만, 이제 세대가 벌어져서 그런지 장학금 부분에서도 얘네 대견한데, 이런 생각이 들더라구요.

    강연은 지금도 몸이 떨릴 만큼 좋았고 학교 내에 경찰이 투입되는 걸 아주 다른 컨텍스트에서 10년만에 목격한 하루였어요.

  2. 김괜저


    학부/대학원생 합작이긴 합니다.

  3. 엑럽

    점원손님 분위기 공감….

  4. 김괜저

    또오세요

  5. 주황빛여섯별

    오… 우린 학생 서명 막 해서 등록금 동결 시켰는데…… 솔직히 학생의 힘이라기보다는 다른 대학들이 다 동결하는 분위기였어서 눈치보다가 동결시킨 것 같….. 우우웅…. 암튼 원래 돈에 대한 문제에서는 사람들이 돈이 많아’보이는’ 쪽에 반감을 가지게 마련인듯….

  6. 김괜저

    그래도 서명 안했으면 할 필요 없는데 왜 하겠어

  7. 아노

    저희 학교도 좀 저런 것 좀 해야할텐데.. 비싸기도 비싼데, 학생들의 정치적 무관심으로 더 유명한 학교라.-_-;

  8. 마말

    사진을 당신이 찍은 줄 알고 놀랐지 뭐요

  9. 똥균

    특히 이번에 환율때문에 더 학비 문제가 더 관심이 가네요… 저는 장학금 받으면서 다니지만 그래도 한달에 2만불 정도 드니까 환율에 따라서 드는 돈이 천지차이인데 NYU라면 그 문제가 더 클꺼 같네요….

  10. 김괜저

    한달에 2만불은 아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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