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로그 옮기는 것은 장기전이 된다. 이미 몇 년 정도 쓰고 있는 공간이 있어서 거기에 뚝딱뚝딱을 하여서 대충 뼈대를 만들어 놓았다. 그런데 난 여기 있는 것 전부 가져다 놓아야만 진짜 옮겼다고 할 수 있는데 이게 너무 고단할거다. 난 내가 쓸 곳을 옮긴다는 개념이 아니라 내가 쓴 걸 온전히 다 이사한다는 거라서. 글이 천 개 가량 되는데 하나 하나 긁어서 저짝에다 붙이는 방법밖에는 없는데다 예전 글에서 사진이나 서식 처리하던 방식이 천태만상이기 때문에 거의 글을 반 새로 쓰는 거나 다름없다. 그래서 그냥 새 브로그 모양을 좀 갖추는 대로 저쪽으로 언젠가는 완전히 옮길거외다 하고 공개를 해 놓고, 여기에 새 글을 계속 쓰는 동시에 하루에 몇 개씩 예전 글들을 저쪽으로 부지런히 옮기려고. 그러면 어느 정도 오랫동안 공개해 두면 사람들이 좀 익숙해질 거고 마침 최근 글까지 다 옮겨서 맞아떨어지는 날이 오면 그날 딱 갈아타면 될거다. 말이야 쉽지만
수염이 많이 길어서 이제 나는 대강 수염 있는 사람으로 분류된다. 사라미와 지용이형은 공통적으로 나를 안창호 선생 급으로 불러줬다. 남자는 대부분 깎지 않으면 수염을 기를 수가 있는데 왜 수염이 있는 것이 엄청난 결정이고 수염을 깎아 없애는 것은 당연한 결정인가? 곰곰히 생각하면 자연스러울 이유가 없는 것들이 자연스러운 것을 많이 본다.
이거야 항상 일어나는 변화지만 예전에 비해 좋아하는 옷을 손에 넣는 기술이 늘었다. 그래서 스스로 생각하기에 예전보다 옷차림을 좀 일관되게 (여러 날에 걸쳐 일관된 것이 아니라 그날 입은 옷들이 서로 어울리게) 할 수 있는 여건이 많이 좋아졌다. 옷이란 걸 참 누가 처음 만들어 입었는지 모르지만 정말 큰일했다. 개성이란 것은 원체 말도 안되는 것이고 모습의 자유란 본래 모순이기 때문에 삐딱하려고 애써봤자 소용없다. 또 반듯하다고 뿌듯해 할 것도 아니라는 것이다.
심바가 들러서 점심을 먹었는데, 듣도보도 못한 이탈리아 식당을 시도했으나 좀 만들다 만 맛이어서 실망했다. 새 이탈리아 식당에 간 건 정말 오랜만이었다. 피렌체 다녀온 뒤로는 그 때 기억 수준에 맞는 Novita같은 식당만 줄창 갔고 나머지 뉴욕 특유의 수더분한 이탈리아 집들은 가고 싶은 마음이 전혀 들지 않았었다. 그런데 오래간만에 시도한 곳이 또 그저 그랬기 때문에 당분간 이탈리아 식당 생각 안 할 것 같다. 어쨌든 그렇긴 했지만 심바와는 재밌었다.
뉴욕에 갈 일이 생길 뻔 했어.
꺼져 군대나 갔다가 5년 뒤에야 만나자
뉴욕에 갈 일이 생기면 좋겠어.
생길 뻔한 것보다 나아..
내가 뭐라 그랬더라..?
안중근 의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