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stille Day는 중요한 휴일이지만 줄곧 아주 확실한 비가 내렸다. 나는 축제와 가장 상관없는 곳에서 쉬기 위해 Montparnasse로 왔다. 이사 나가는 것 때문에 집이 별볼일없어지기 전에 며칠 뒤 친구들을 불러 놀 생각이라 겸사해서 Habitat에서 잔을 몇 개 샀다. 어제 새벽에 잠깐 맛뵈기한 바 있는 정말 아주 무거운 비가 내렸고 천둥번개 강풍도 있었기 때문에 나오자마자 좀 추워서 싼 긴팔 윗도리도 하나 사 입었다.
Montparnasse는 재미있는 곳이다. 이십년대까지만 해도 작가들과 희극인들이 모인 중심가였고, 반짝거리는 한바탕밤을 상징하는 Montmartre와 대비되는 지성적인 곳이었는데 지금은 파리에서 가 볼 곳 열 군데를 꼽아도 그 안에 못 끼는, 기차역 때문에 오가는 사람만 많은 고속터미널같은 곳이 되었다. 그래도 조금 안으로 들어가면 아직도 헤밍웨이 살던 때가 어땠을지 조금은 상상이 되는 곳들이 있다. <사망함으로써 모두를 아프게 한 여자>의 주인공을 몽파나스 사는 양반으로 설정했을 때는 멋모르고 그냥 한 거였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상당히 수긍가는 결정이었다. 오리다리와 감자에 후추를 많이 쳐서 먹고 커피 두 잔 하면서 글 좀 쓰다가 오래간만에 영화도 보러갔다. 포스터를 안고 자고 싶은 Tournée를 이제야 보고 기분이 좋아졌다. 저녁에 다시 나가야 해서 이제 다시 방에 들리려고 한다
다음 사진은 위의 내용과 아무런 상관없는 며칠 전 사진들이다. 아 첫 번째 사진은 바스티유 사진이니까 좀 관련이 있기는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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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오 오랜만이다 창현아 한국 가서 밥이나 술이나 한 번 하자!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