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슐러 르 귄의 2014 미국 도서상 수상 소감

지난 11월 19일 미국 도서상(National Book Award)을 수상한 작가 Ursula K. Le Guin의 수상 소감 전문을 이곳에서 보고 다음과 같이 옮겼다.

이 아름다운 상을 주신 분들께 제 마음에서 우러난 감사의 말씀 드립니다. 저희 가족, 제 에이전트, 또 편집자 분들까지, 제가 오늘 이 자리에 선 것은 저 뿐 아닌 그 분들의 공임을 알아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아주 오랫동안 문학으로부터 소외돼 왔던 많은 작가들이 있습니다. 지난 50년간 소위 ‘리얼리즘’ 작가들만 이 아름다운 상을 받는 모습을 지켜만 봐야 했던 제 동료 환상·과학문학 작가들을 대신해 제가 이 상을 받고 또 공유할 수 있어 너무나도 기쁩니다.

제 생각에 앞으로 다가올 힘든 시대에는 현재의 삶에 대한 대안을 볼 줄 알고, 두려움 가득한 이 사회와 기술에 대한 집착을 뚫고 다른 방식으로 존재하는 법을 탐구하며, 나아가 진실된 희망의 영역을 상상해내는 작가들의 목소리를 우리가 원하게 될 것입니다. 자유를 기억하는 작가들이 필요해질 겁니다. 시인들, 선지자들… 더 큰 현실을 말하는 리얼리스트들이죠.

현재 우리는 시장 상품을 생산하는 것과 예술을 행하는 것의 차이를 아는 작가들이 필요합니다. 기업이윤과 광고 매출을 극대화하는 영업전략에 따라 글을 만들어내는 것은 책임감 있는 책 출판이나 작가된 도리와는 다른 것이니까요. (용감하게 박수 치신 분들, 감사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편집부에 대한 권한이 영업부에 주어지고 있습니다. 제 책의 출판사들도 바보같은 무지와 욕심의 공황 상태에 빠져서, 공립도서관에 전자책을 소비자가의 6~7배의 돈을 받고 판매하고 있습니다. 부당한 폭리를 취하고 있는 쪽에서는 출판사를 불복종으로 혼내주려고 하고, 작가들이 기업 율법에 의해 협박을 당하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그리고 우리 중 많은 사람들, 즉 책을 쓰고 책을 만드는 우리 제작자들이 이런 현실을 받아들이고만 있습니다. 상품 모리배들이 우리를 데오드란트인 양 팔아넘기고, 무엇을 출판하고 무엇을 쓸 지 명령하게 그냥 두고 있습니다. (저도 사랑해요!)

아시죠? 책은 그냥 상품이 아닙니다. 이윤 추구와 예술의 목적은 종종 갈등을 빚게 돼 있습니다. 우리는 자본주의 안에 살고 있습니다. 자본주의의 힘은 도무지 벗어날 수 없는 것처럼 느껴지지요. 하지만 절대왕정 시절 왕의 권력도 그랬습니다. 사람이 만든 그 어떤 권력도 사람이 저항하고 바꿀 수 있는 것입니다. 많은 경우 저항과 변화는 예술에서 출발합니다. 그 중에서도 많은 경우, 그것은 우리의 예술, 즉 말의 예술에서 출발합니다.

제 작가 생활은 길고도 복되었습니다. 좋은 분들과 함께했습니다. 그 끝자락에 이르른 지금 여기에서, 미국 문학이 노예로 팔려나가는 모습은 정말 보고 싶지 않습니다. 글을 쓰고 출판하는 것을 업으로 삼는 우리들은 그 결과의 공정한 부분을 바라고 요구해야 합니다. 하지만 우리가 받게 될 대가의 이름은 이윤이 아닙니다. 그것은 자유입니다.

감사합니다.

  • 좋은 번역글 고맙습니다.
    잘 읽었습니다.

  • flyingANDY

    한참 경제 기사 읽고 왔는데 겨울을 서성이다 따스한 봄날의 햇살과 새싹을 만나는 행운이였습니다. ^^

  • seockyun

    번역해주셔서 아름다운 글 잘 읽었습니다. 원문이 가디언에 나와있더군요. http://www.theguardian.com/books/2014/nov/20/ursula-k-le-guin-national-book-awards-speech

  • 계수나무

    “사람이 만든 그 어떤 권력도 사람이 저항하고 바꿀 수 있다”
    전율이 느껴지는 개념있는 수상소감 접할 수 있도록 번역해주셔서 감사

  • 번역 감사합니다. 이 수상소감을 읽고 제가 하고 있는 책모임에서 1월의 도서로 르귄의 작품을 선정하였습니다. 선정소감 번역해주신 것 출처 명기하여 옮겨가도 괜찮을까요?

    • 김괜저

      네, 저도 르귄 작품을 곧 읽으려고 하는데 같이 읽겠네요.

  • 다른

    좋은 글 감사합니다. 다른 출판사의 페이스북에 출처를 표시하고, 내용을 공유하고 싶은데 괜찮을지요.

    • 김괜저

      네 괜찮습니다.

  • matilda

    정말 잘 읽었습니다.
    소규모 카페에 출처를 밝히고 내용을 공유해도 될까요?

    • 김괜저

      네, 괜찮습니다.

  • 잎새

    좋은 글 고맙습니다.
    옮겨가도 될까요?

    • 김괜저

      네, 출처와 함께 옮겨가셔도 좋습니다.

  • iamflatline

    번역 감사합니다. 출처 밝히고 공유해도 될까요?

  • 번역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출처 밝히고 공유하겠습니다.

  • 머팔이

    번역 감사합니다. 저도 출처를 밝히고 블로그에 공유하고 싶습니다.

    • 김괜저

      얼마든지요.

  • 내후

    저도. 출처 밝히고 블로그에 공유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RUKXER

    르귄 선생님의 타계소식을 접하고 오전 내내 슬퍼서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 가운데, 이 포스팅을 발견하게 됐습니다. 다시 한 번 울컥하게 되네요. 번역 감사합니다.

  • 딸램홀릭

    페북에 공유하고자 합니다.멋진 글 올려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