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호텔방을 가습한다.

Fish Out of Water, Bojack Horseman S03E04

요즘 새 인테리어 프로젝트 때문에 제주에 종종 내려온다. 3주 전에 왔을 때 미세먼지가 심했다. 한정된 시간 내에 주어진 일도 끝마치고 낮술도 먹고 걷기도 걸으려고 오바하다 보니까 기관지가 망가졌다. 제대로 인후염이 와서 남은 이틀을 호텔방에서만 보냈는데도 잘 낫지 않았다. 회사에 복귀했는데 오후만 되면 잔기침이 났다. 동료들이 불안할 만했다. 목캔디를 하루에 두 통씩 먹었다. 이비인후과에서 약을 지어줘서 먹긴 했지만 아무래도 회의나 발표로 말을 할 일이 많은 것이 제일 문제였다.

그래서 이번 제주행은 최대한 말이나 먼지 없이 보내기로 했다. 다행히 비가 조금 온 뒤 공기가 맑았고, 말로 해야 하는 일도 하루에 30분 정도면 끝났다. 두 시간 동안 아무도 없는 길 따라 오름을 오를 때 마땅히 열창해야 할 노래도 적게 불렀다. 마지막 난관은 숙소의 온도와 습도였다. 처음엔 보일러가 잘 먹지 않아 냉골이었고 그걸 해결하니까 금새 건조해졌다. 아무리 하루를 잘 보내도 건조한 데에서 자면 도로아미타불이다.

겨울철 낯선 호텔방의 습도를 높이는 방법을 터득해가는 것. 이게 나이가 든다는 것 아닐까? 화장실을 슥 둘러보고 몇 장의 수건을 가습에 희생시켜도 될지 파악한다. 더운 물에 푹 적셨다가 꼭 짜서 가방받침, 의자 또는 침대헤드에 걸어둔다. 가로로 윗쪽을 몇 번 짧게 접어서 얹는 부분에 무게중심이 가게끔 해야 밤중에 떨어지지 않는다. 방이 작다면 욕조나 세면대에 더운 물을 받아두는 것도 당연히 도움이 된다. 전기포트에 물을 한 번 끓여놓기도 한다. 하지만 바닥 난방에 장판이나 타일로 된 곳이라면 뭐니뭐니해도 바닥에 물을 뿌리는 것이 제일 확실하다. 한 곳에 웅덩이를 만드는 것보다는 최대한 면적을 넓게 뿌려준다. 잠결에 화장실 가다가 미끄러지는 일이 없도록 동선을 고려한다.

별 탈 없이 잠 한 번 자는 데에 이 만큼의 생쇼가 필요하다.

  1. 천적

    제습기 사줘

    1. 김괜저

      제습노 가습예스 마이프렌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