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신옌콰이러 하고 돌아왔다.

엄마와 타이베이에 다녀왔다. 2015년에 해리와 간 지 9년 만. 그 때 태풍 사우델로르 때문에 비행이 하루 미뤄졌고, 당시 강풍에 고개를 갸우뚱한 우체통 한 쌍이 화제였는데, 도착한 타오위안 공항 내에 포토스팟으로 되어 있는 것을 보고 그 때 기억을 소환했다. 그 때에는 해리가 말이 통하고 현지에 친구들도 있으니 나는 마음놓고 따라다니기만 하면 되었다. 이번에는 초행인 엄마와 함께이기도 했고, 설 연휴라 여는 곳이 많지 않을 터라 갈 곳을 열심히 계속해서 알아보아야 했다.

텅 빈 설날 당일 타이베이에서 유일하게 사람이 그득한 곳, 룽산쓰(龍山寺). 용의 해에 용산사에, 나 역시 용띠이고 용산에 작업실도 있고… 그런 의미 맞추기를 하며 인파와 응축된 기운을 즐겼다.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수백 점의 고지도를 보며 지리정보에 대한 나의 오래된 사랑과 다시 마주하고, 한적한 유황온천 마을 베이터우에서 노천탕에 누워 해가 지기를 기다리면서 목욕탕을 싫어하던 예전의 내가 이만큼 달라졌음을 느꼈다.

마지막 저녁식사를 하러 어딜 갈까 찾다가 평이 좋은 고급 전통식 식당을 찾아갔는데, 설이라 평소처럼 영업을 하지 않고 애진작에 예약한 가족 단위 식사만 연회처럼 제공되는 상황이었다. 평소의 식탁들을 치우고 특별히 꺼내어 세팅한 큰 원탁마다 삼대가 앉아 있었다. 주변 식당은 다 닫은 게 뻔한 시간이라 당황한 우리의 모습을 가엾게 여겼는지 지배인이 어린 종업원을 시켜 주방 앞에 2인용 식탁을 하나 놓아주었고, 우리는 가장 저렴한 코스 요리를 맛볼 수 있었다.

영어가 아예 통하지 않아서 메뉴를 구글 렌즈로 번역해서 보는데, 띄엄띄엄 몇 몇 단어만 나와서 다음 코스에 대한 순수한 궁금증을 갖고 식사를 할 수 있었다. 트러플 … 호박은 알겠는데 그 사이의 예닐곱 글자가 도무지 뭔지 몰라 기다리니 달지 않고 깊은 맛이 좋은 스프가 나왔다. 조심스레 얹어진 반투명한 면인지 젤리인지 모르겠는 무엇이 궁금해 더 끈질기게 검색한 끝에 그것이 말로만 듣던 옌워(燕窝, 제비집)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옌워가 없었더라도 그대로 맛있었을 요리였지만, 절대 찾아가서 시켜 먹지 않았을 음식을 먹어보게 된 것이 기억에 남을 경험이었다.

식사를 마치자 금박을 올리고 속에도 금빛 커스터드를 넣어 쪄낸 찐빵과 복 자 스티커를 붙인 귤이 나왔다. 지금껏 말이 안 통해 쭈뼛거리며 손짓으로만 소통하던 종업원이 식탁 앞에 딱 서더니 두 손을 앞에 모으고 크게 외쳤다. 신옌콰이러! 새해 복 많이 받으라는 끝인사를 꼭 하라고 교육을 받은 모양이었다. ‘신옌’이 ‘신년’임은 발음이 비슷해 알았고, ‘콰이러’가 ‘행복’이라는 것은 9년 전 해리가 내게 추천해 준 왕페이 노래 〈你快樂 所以我快樂〉(네가 행복하면 나도 행복해) 때문에 알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