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바닷가에 내려놓는다.

감추 해변

동해집에 2개월 만에 왔다. 지난 한두 주는 감기에 야근에 다른 일도 겹쳐서 쉴 틈이 조금도 나지 않았다. 나답지 않게 자는 시간, 점심 시간을 줄여가며 일을 했다. 입이 헐고, 코가 막히고, 몸 군데군데 염증이 느껴지고, 자다 심장이 쿵쾅거리며 깨는 일도 잦았다. 일이 몸과 마음에 가하는 압력에 대해서 생각이 많아졌다.

의식적으로 주변 몇몇 자주 보는 사람들(〈웬만하면 말로 해〉나 오드컨선 동료들과 PT 선생님 정도)에게 몸 컨디션이 좋지 않은 티를 냈다. 그래야 나 스스로도 그 점을 기억하고 조절을 할 수 있다. 그건 좋은 생각이었다. 하기로 한 일들의 속도를 조절하고 만나기로 한 약속 몇 개를 취소하면서 3박 4일 동해에 와 있을 시간을 냈다. 마침 엄마 아빠도 같은 시기 동해에 머물 계획이었다.

아빠와 퇴근 후 판교에서 만나서 간단히 밥을 먹고 아빠 차를 얻어타고 왔다. 조만간 나도 차 끌고 동해에 오는 일이 있겠지. 평일 밤 한적한 횡성 휴게소에 서니 멀리 윗층만 불이 켜진 학교 기숙사가 보였다. 아마도 자습 시간 같은 거라 공용 공간 불만 켜진 거겠지. 이렇게 칠흑같이 캄캄한 곳에 학교가 있다니. 전공책을 잘라 가볍게 만들겠다고 칼질하다가 검지를 베었을 때 대관령에 근무하던 아빠가 급히 와서 병원에 데려가 꿰맸던 밤을 생각했다.

  1. 이상우

    몸이 괜저너질 때 까지, 잘 쉬세요.

    1. 김괜저

      말끔히 괜저너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