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들 잘 아시는 천적이가 육 년만에 뉴욕에 왔다 갔다.
사실 한두 달 전에 주말을 이용해 잠깐 놀러오기로 돼 있었다. 그런데 며칠 앞두고 내 방 안쪽 벽에 짜 넣은 옷장에 구조적 결함이 발견되어 급히 허물고 다시 짓지 않으면 안 되는 긴급상황이 되었다. 밤 늦게 나무를 사러 가면서 천적에게 전화를 했다. 그런데 마침 그도 대학원 일정이 갑자기 바뀌어서 올 수 없게 되었다고 했다. 두 불행이 겹쳐서 결론은 다행이었다.
오 년 전에 천적이가 왔을 때 우리가 스무살이었고 지금 스물 다섯인데, 그 사이에 한 번도 뉴욕에서 본 적이 없었다보니 그 시간의 간격이 굉장히 새삼스러워졌다. 게다가 한 주 앞서 마말과 중국집에서 저녁을 먹으면서 천적이 왔었던 이천팔년을 기억할 일이 있었기 때문에 더욱 새삼스러웠다. 계속, 그 때는 내가 널 어디 데리고 갔었지? 그 때는 내가 어떻게 살고 있었지? 그런 것들을 묻고 있었다. 나는 아직도 남의 인생을 생각해 볼 때에는 스무살과 스물 다섯살 사이의 거리를 별 것 아닌 것으로 여기고 있는데, 그 때의 나는 기숙생이었고, 소니에릭슨 전화기를 썼었고, <헤드윅> 음악을 매일같이 들었고, 차이나타운은 맨해튼 다리가 시작되는 곳이 끝이라고 생각했다. 그 때와 지금의 나의 모습은 멀리 떨어진 매직아이 양쪽처럼 적잖은 애를 써야만 겹칠 수가 있다. 상당한 우연으로 서로 알게 된 형님까지 셋이서, 차이나타운 지나 한참 강가로 나가면 나오는 식당에서 저녁을 먹었다. 계란을 푼 밥 위에 닭허벅지살 구이를 올린 것이 특히 맛있었다.
이박삼일동안 지내다 갔는데, 내가 일 때문에 계속 같이 놀 수가 없는 형편이었기 때문에 애초에 같이 공부할 게 있으면 챙겨서 와 달라고 했다. 같이 막 속성으로 돌아다니다가 따뜻한 데 들어가서 두 시간 정도씩은 각자 작업을 했다. 큰 계획들에 대한 얘기도 많이 나누었다. 분야가 다르더라도 서로 만들고 있는 일을 어느 정도의 관심을 갖고 지켜보는 상대가 있는 것이 참 의미가 크다. 천적은 나와 굉장히 다른 것들을 전혀 다른 환경에서 쌓고 있는 친구이지만, 왠지 만날 때마다 이제껏 보폭을 맞추어 온 것 같은 착각이 든다. 보이지 않는 이인삼각 같은 거다.
보이지 않는 이인삼각 캬ㅑ
ㅋㅑㅋㅑㅋㅑㅋㅑㅋ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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