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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고양이들이 어렵다.

외할머니 외할아버지가 계신 묘지에는 관리인을 늘 쫓아다니는 고양이 두 마리가 있다. 흑묘 백묘 하나씩 관리인의 다리 사이를 8자로 감아 엥기며 오는 모습을 보면 일종의 위성 같기도 하다. 관리인은 그 외에는 별다른 특징이 없는 남자이지만 묘지 관리인이라는 역할에 고양이 두 마리를 늘 데리고 다니는 점 때문에 두 번밖에 본 적 없는데도 마치 만화 캐릭터처럼 확실하게 기억하고 있다.

내가 알고 지냈던 고양이들이 그리 많지는 않다. 일단은 뉴욕에서 나와 두 번이나 룸메이트를 했던 엔젤라의 반려묘 Ziggy가 있다. 하얗고 통통한 Ziggy는 적당히 고고하고 적당히 게으른 전형적인 집고양이였다. 앤젤라가 워낙 잘 챙겨서 내가 도울 일은 거의 없었지만 간혹 밥을 주곤 해서인지 한 달에 한 번 정도 빼꼼 열린 방문을 비집고 들어와 내 침대맡에 앉아 작업하는 나를 뚫어지게 보곤 했다. 우리는 Ziggy를 집 밖으로 내보낸 적이 거의 없었는데, 어느 날 벼룩이 붙어 와 전원 패닉하게 만든 적도 있다. 알고 보니 아파트 기반에 난 틈새로 들락날락하는 깡마르고 새카만 고양이와 친해져 옮은 것이었다. 그 둘의 결말이 어땠는지는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다. 지금 생각하면 그 집은 고양이도 사람도 살기에는 좀 부실한 데가 많은 집이어서 매일매일이 해결해야 할 문제들 투성이었다.

이와 반대로 아이 두셋을 키워도 벌써 완벽히 해낼 것 같은 제시카와 카일은 우리로부터 5분 거리에 있는 레일로드식 아파트에서 Lox라는 이름의 고양이를 키웠다. 사교적인 이들 내외를 닮아, 땡스기빙 팟럭 같은 것을 하면 소파에 앉은 손님들 목 뒤로, 무릎 사이로 헤집고 다니며 애정을 수집해 가곤 했다. 늘 장난기 많은 표정을 하고 있어서 나도 고양이와 산다면 이런 고양이와 살고 싶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요즘 회사 동료 중 두 명이나 아기 길고양이들을 입양해 가끔 사무실에도 데리고 오고 하다 보니 고양이와 함께 사는 건 어떨까 하는 생각이 좀 더 자주 들기는 했다. 하지만 셋 셀 시간 정도만 생각하면 금방 사그라든다. 난 고양이들을 연예인 비슷한 것처럼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 어느 정도 거리에서 나와는 다른 그들의 모습과 능력을 관찰하고 가끔 그들에 관한 가십을 소비하는 정도로 지금처럼 잘 지내고 싶다. 직접 만나진 않고 인스타 좋아요만 누르면서 ‘서로를 알아’가고 있는 고만고만한 요즘 인간관계와도 다를 게 별로 없긴 하다. 연애를 안(못) 하고 고양이를 떼로 키우는 것이 클리셰라고는 하지만 난 똑같은 문턱 때문에 둘 다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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