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스레 저렇게

괜스레 저렇게는 김괜저(@gwenzhir)의 블로그이오니 잘 읽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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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간 눈떨렸다.

오랜만에, 열흘 만에 커피를 마시는 중이다. 그것도 우유 한 컵에 콜드브루 원액 몇 숟갈 정도만 넣은 베이지색 커피다. 이렇게 오랫동안 커피를 마시지 않은 것은 군대 훈련소 이후 처음인 것 같다. 보통 출근하기 전에 아침 식사와 함께 한 잔을 마시고, 회사에서 오전에 한 잔, 점심 먹고 한 잔, 오후에 한 잔에서 두 잔 정도를 마시니 하루에 대여섯 잔이 기본이다. 열흘은 뭔가를 끊었다고 하기는 민망한 짧은 기간이지만, 커피 없이도 살 수는 있구나 하는 가능성을 알게 된 것은 흐뭇한 일이다.

일요일 여의도 공원 벤치에 누워서 올려다봄

커피를 안 마신 건 카페인이 지난 한 달 가량 지속된 왼쪽 눈밑 떨림의 원인으로 지목되었기 때문이다. 특히 크게 기지개를 켜거나 하품을 하는 것처럼 신경에 전기가 쫙 흐르는 그런 때에 떨림이 심했다. 엄마는 혹시나 심각한 안면마비가 온 것일지도 모르니 병원으로 직행하라고 사흘에 한번씩 카톡을 보내기 시작했다. 무가당은 마그네슘 부족이어서 그럴 거라고 말했고 나도 그 생각부터 들어서 마그네슘을 보충했으나 변화가 없었다. 오스깔은 눈밑 떨림 같은 건 그냥 원래 누구나 당연히 일상적으로 갖고 사는 그런 거 아니냐고 했다.

그게 사실 맞는 것 같다. 눈이 하루 이틀 정도 떨리는 건 늘 있는 대수롭지 않은 일이었는데 몇 주 동안 떨리는 것도 그냥 그러려니 하면 될 것 같긴 하다. 하지만 실제로 최근에 일터에서 스트레스를 굉장히 많이 받고 있었기 때문에, 눈 떨림을 뭔가는 다르게 해보라는 신호로 해석하게 되었다. 커피부터 끊어보자. 에어컨 설정을 바꿔보자. 샤워 온도도 바꿔보자. 늘 농담 따먹는 LA 코미디 팟캐스트만 들었으니까 진지한 영국 영화 팟캐스트로 바꿔보자.

토론토에서 읽었던 ‘작가되기’ 책에도 그런 조언이 있었다. 글이 써지지 않는다고? 그럼 겪고 있는 문제를 뭐든지 더 과장해라. 북쪽에 있다면 남쪽으로 가라. 남쪽에 있다면 북쪽으로 가라. 혼자라면 사람을 사귀어라. 연애 중이라면 헤어져라. 그냥 뭐든지 바꾸고 뭐든지 해라. 이정현 노랫말대로다. 지금 눈떨림은 조금 나아진 정도고 완전히 사라지진 않았지만, 떨릴 때마다 뭘 또 바꾸지 생각하는 알람으로 여기고 있다.

  1. 이정훈

    괜저님은 어떤 상황에서 스트레스를 느끼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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