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운동한 지 일 년 됐다.

어려서부터 운동을 배척하는 삶을 살아왔다. 정확히 말하면 사춘기 때부터다. 그러니까 내가 뭘 잘하고 뭘 못하는지를 알게 되고 남들 앞에서 못하는 걸 굳이 하는 것은 오로지 수치와 망신으로만 남을 뿐이라는 것을 어렴풋이 알게 되었을 때부터. 초등학교 저학년 때까지는 공설운동장 수영장에서 살다시피했던 나였는데 고학년이 되어 야외 수영장에 나갔을 때 나 혼자만 유행하는 긴 카고 수영복이 아닌 민망한 삼각 수영복을 입고 있었고, 나보다 한 살밖에 많지 않은 저 친구는 어깨가 떡 벌어지고 다리가 긴데 나는 왜 배가 나오고 목이 짧은가 하는 비교를 하기 시작했을 때부터.

이후 약 20년간 나는 운동과 무관한 사람이라는 운명을 받아들이고 살았다. 온 힘을 다해 오로지 몸과는 상관없는 쪽으로만 멋진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했다. 마치 운동을 포기한 댓가로 다른 능력을 갖게 된 사람인가 보다 하고 사람들이 이해해 주기를 바랐던 것 같다. 그 동안 나는 비만이었던 적도 지금처럼 과체중이었던 적도 있고 표준 체중이었던 적도 있었지만, 지금보다 20kg 덜 나가던 시절에도 내 몸이 똑바로 쳐다보기 곤란한, 잘못된 모양의 살덩어리라고 진심으로 생각했다. 지금 그 당시 사진을 보면 밥 한 끼 해 먹여야 할 것처럼 말랐었는데도. 당시에는 내 방에 거울이 없었다.

몇 가지 계기가 있었다. 좌충우돌이라고나 할까. 건강검진을 통한 엄중한 현실 자각이 있었고, 나와 비슷한 성향인 줄 알았던 친구가 운동에 매진해 환골을 탈퇴한 사건도 있었다. 하지만 연애를 하게 되고, 내 몸을 보는 사람이 나 하나보다 많아지고, 친밀한 타인이 내 신체에 대해 갖는 생각들이 물론 때때로 매우 치사하기도 하기는 하지만 내가 스스로 내 신체에 가해 온 시선의 잔혹함과 무심함에는 비할 게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 것이 크다. 운동하는 애인을 만나던 시기에는 자존감이 수시로 구겨지는 것 같기도 했으나 점차 내 몸은 남이 아닌 내가 똑바로 바라보고 알아서 챙겨야 한다는 점을 깨닫게 됐다. (나중에 더 제대로 얘기할 기회가 있겠지만, 한국의 남성 게이 커뮤니티 내 외모와 남성성, 특히 근육과 체중에 대한 집착은 가히 하루에 한 번씩 돌아 버릴 수준이다. 당신이 한국 게이 남성이 아니라면, 단언컨대 당신 생각보다 심하다고 할 수 있다. 슬프고 지치는 일이다)

어쨌든, 깨달음인지 굴복인지 외압인지 자기애인지 모를 복잡스런 이유로 작년 11월에 시작한 PT는 이제 1년이 됐다. 일주일에 세 번. 빠진 적은 다섯 번이 안 되니까 정말 꾸준히 했다. 코로나로 인해 가지 못한 여행 경비를 모두 쏟아부었다. 골반이 틀어졌고, 엉덩이 근육이 부족하고, 어깨가 말렸고, 코어가 약하며, 호흡법이 잘못됐고, 심지어 걸음걸이까지 틀린 나의 상태를 제대로 알고 고치는 데에만 몇 달이 필요했다. 다행히 재활 훈련에 경험이 많은 선생님을 만나 매회 충분한 스트레칭과 교정 운동을 하고 나서 본운동을 하고 있고, 내가 생각해도 많이 발전했다. 뒷꿈치를 땅에 붙이고 앉았다 일어나는 스쿼트 자세 자체가 불가능했던 내가 오늘은 90kg를 여덟 번 했다. 나중에 지금의 내 소감을 다시 찾아보면 참 별것도 아닌 것에 호들갑이라고 하겠지?

누군가는 30대에 뒤늦게 운동을 시작한 걸 클리셰라고 하겠지. 클리셰면 어떤가? 나에게 이보다 더 큰 장르 파괴, 반전 결말은 없다.

  1. morezmin

    네네 알겠습니다

    1. 김괜저

      업무에 참고하세요

  2. 구경자

    해피애니벌써리

    1. 김괜저

      땡 큐

  3. 천적

    잘 걷기만 해도 대단한 겁니다.

  4. 보리

    정말 멋진 일을 하는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