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투표가 고민이다.

이번 선거는 정말 선거일을 하루 남긴 오늘까지도 고민의 연속이다.

어떤 마음으로 심상정을 뽑아야 할 것인지, 참으로 고민이다.

심상정이기 때문에 심상정을 뽑을 것인지, 아니면 지지할 수 있는 대안이 없기 때문에 뽑을 것인지.

심상정이 지금 맞는 말을 하는 사람이어서 뽑을 것인지, 그것을 삶으로 증명해 온 사람이기 때문에 뽑을 것인지.

비주류를 주류로 만들 수 있다는 확신을 갖고 뽑을 수 있을 것인지, 그저 그것이 필요한 일이라는 지지의 마음으로 뽑을 것인지.

심상정 다 좋은데 현실적이지 않다는 말을 들을 때 ‘당신이 생각하는 현실이 나와 내 친구들에게는 충분하지 않다’고 받아치면서 뽑을 것인지, 말없이 잠자코 뽑을 것인지.

심상정을 뽑으면 최악의 결과가 나온다는 호소와 겁박에 동요하면서 뽑을 것인지, 철마다 들어온 똑같은 얘기에 아랑곳않고 뽑을 것인지.

지난 번에는 심상정에게 표를 주었지만 이번에는 그러지 못하는 이들을 원망하면서 뽑을 것인지, 그들도 나도 서로를 원망할 이유는 없다고 생각하며 뽑을 것인지.

내가 심상정을 처음 실물로 보았던 5년 전 성소수자 인권포럼과 프라이드 영화제, 그리고 전국민에게 동성애가 찬반의 문제가 아니라고 똑똑히 말해준 대선토론 최후의 1분을 기억하는 마음으로 뽑을 것인지, 아니면 내가 너무 감성에 젖은 것은 아닌가 마음을 고쳐 먹고 담백하게 뽑을 것인지.

뒤늦게라도, 말뿐으로라도, 본인이 아닌 찬조를 통해서라도 여성 인권을 말하는 후보가 늘어나는 것을 다행으로 여기며 뽑을 것인지, 백래시의 시대를 끝내기에 그 정도로는 충분하지 않음을 상기하며 뽑을 것인지.

심상정이 꿈꾸는 나라가 오면 오히려 내가 보아야 할 손해나 내려놓아야 할 특권도 있으리라는 점을 아쉬워하면서 찍을 것인지, 반기면서 찍을 것인지.

내가 지금 진심으로 지지할 수 있는 대통령 후보가 한국에 한 사람이라도 있다는 사실에 기뻐하면서 뽑을 것인지, 이 한 사람밖에 없다는 사실에 슬퍼하면서 뽑을 것인지.

성소수자로서 뽑을 것인지, 페미니스트로서 뽑을 것인지, 노동자로서 뽑을 것인지, 창작자로서 뽑을 것인지, 청년으로서 뽑을 것인지, 한국인으로서 뽑을 것인지.

앞으로 5년을 생각하면서 뽑을 것인지, 50년을 생각하면서 뽑을 것인지.

정치를 신뢰하기 때문에 뽑을 것인지, 정치를 불신하기 때문에 뽑을 것인지.

미워하는 마음으로 뽑을 것인지, 사랑하는 마음으로 뽑을 것인지.

내일 아침까지만 더 고민해볼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