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나누고 있다.

2014-12-10 19.39.08-web

가까운 사람들과 연애에 대한 얘기를 유례없이 많이 나누고 있다. 매주 화요일마다 뉴브런즈윅에서 오스깔을 만나 점심을 먹고 그녀의 스튜디오에서 작품 얘기를 거들 때에도, H 형네 집에서 서로의 감수성을 비교하는 일을 하면서 술을 마실 때에도, 또는 어제처럼 시사회에 갔다가 리사·야라와 금새 취해가지고 리사네 집 구석구석 흩어져 잠들기 전에도, 연애 얘기를 한다. 연애하지 않고 살았다는 것이 나를 얼마나 강력하게 지배하고 있는지 새삼 깨닫는다. 내가 하루에 내리는 수백번의 작은 결정들에 스며들어 있다.

예를 들어 집에 정수기 필터가 동났는데 목은 마르고 해서, 냉장고에서 큰 자몽 두 개를 꺼내 도마에서 쓱쓱 썰어 부엌에 선 채로 다 먹으면서도 이게 내가 연애를 안 해서인가? 그래 싶기도 한 것이다. 혼자 잘 사는 것이 아니면 잘 사는 것 같지가 않고, 그런 식으로 오랫동안 다듬은 멘탈-균형을 망가뜨리는 것에 대한 공포도 분명히 있고. Y군처럼 나를 잘 아는 사람들은 간혹 나처럼 자기 잘난 맛을 더 깊이 내는 데 집중하다 보면 어느 순간 절벽같은 실패에 부딪혔을 때 푸쉭 고장나는 거 아니냐는 걱정을 하기도 한다. 타당한 걱정이다.

참 이것도 무슨 새 기분이지 싶어 글로 써보면 어김없이 맨날 하던 그 얘기구나. 힘을 뺄 수 있는 힘을 주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