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오늘은 정말 일기같은 글을 쓴다.

나는 뉴욕으로 돌아왔고, 마침 해리는 이 주 가량 중국 본토를 여행하느라 연락이 수월하지 않았다. 면허 없이 빠듯한 돈으로 닥쳐서 이사하느라 고생하는 건 연례행사처럼 반복되는 일이지만, 이번에는 그게 몸과 감정의 에너지를 특히나 많이 소모했다. 그래서 내년에 한국에 있는 동안 부리나케 면허부터 따야겠다. 차를 가질 생각이 없어도 면허로만 가능한 옵션들에 대한 필요성이 점점 커진다. 서울에는 아빠가 지방에 있는 동안 차 한대가 거의 놀고 있어서, 내가 빌려 타고 다니면 딱이겠다. 아침마다 엄마가 정차해 있는 동안 스타벅스 두 잔 사 갖고 오는 패턴에 정이 들긴 했지만.

올 여름의 시작과 끝에 굵직한 결정을 하나씩 했다. 대학원에 갈 생각으로 미국 직장을 그만둔 것이 첫 번째 결정이었다면, 방금 내린 두 번째 결정은 대학원 지원 전 1년을 서울에서 일을 하며 보내기로 한 것이다. 올 초까지 내게 주어진 과제는 「어떻게 미국 체류 신분을 연장할 수 있을까?」 였다. 당시 그것에 대한 해답은 1. 다니던 회사에서 H1B 비자를 받고 계속 그 회사를 다닌다, 2. 회사를 그만두고 당장 대학원을 진학한다 이렇게 둘뿐이었다. 1번 해답이 맞는지 붙잡고 씨름하다 보니 작년 한 해 동안에는 회사 내부의 일에 집중하느라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을 깨달았는데, 그건 사회학이라는 전공의 연장선상에서 디자인 업무를 할 수 있는 특수한 이 회사에서 비자를 받을 경우, 그건 그 회사에 체류 내내 종속되는 것을 의미한다는 사실이었다. 그 전까지는 내 특수한 배경에 딱 맞고 내 능력들이 교차하는 지점에 있는 그 회사가 기회로 느껴졌는데, 그게 기회가 아니었던 것이다. 보다 다양한 크리에이티브 쪽 일을 하면서 발전하고 싶다면 내 특수한 배경을 수정해야 하는 것임을 깨닫고, 디자인 학위를 받아야겠다는 마음을 먹었다. 1번 해답이 탈락하고, 2번 해답이 남은 것이다. 여기까지가 올 여름의 결론이었다.

그런데 그렇게 결론을 내고 나니, 「어떻게 미국 체류 신분을 연장할 수 있을까?」 라는 질문이 잘못되었다는 것이 점점 분명해졌다. 지금의 위태위태한 체류 신분을 연장하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어떻게 하면 장기적인 미국 체류 신분을 확보하는 동시에 디자인, 사회학, 테크놀로지, 글쓰기 등의 관심사가 최대한 많이 반영된 직업을 가질 것인가?」 라는 궁극적인 질문을 던져야 했다. 그리고 그에 대한 해답은 2가지보다 훨씬 많았다. 시간축 먼 곳까지 보니, 2~3개월 준비로 서둘러 일반적인 디자인 MFA 프로그램에 진학하는 것보다, 일을 더 하면서 가고 싶은 길을 더 분명하게 그려놓은 다음에 더 구체적인 프로그램에 진학하는 것이 성공률과 만족도를 높이는 방법일 것임이 드러났다. 이처럼 하나의 해결책을 사는 데 집중하다 보면, 그 해결책의 모태가 되는 질문이 잘못되었는지는 충분히 의심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멀리 보고, 질문에 루트를 씌우는 습관을 들여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