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재택근무 중이다.

⌜일단 잠과 끼니 시간은 절대 고정이다. 아침에는 작은방 거울 앞에서 맨손운동을 한다. 일할 때만 조명을 차갑고 밝게 하고, 창문을 열어 온도를 20~22도 정도로 내린다. 밥이나 커피 둘 중 하나는 밖으로 사러 나간다.⌟

2019 인생 자평

⌜작년도 재작년도 하루하루를 고민하고 외로워하며 보낸 것 같은데, 한 해를 통째로 보면 늘 고민한 것보다는 이룬 것들이, 외로워한 시간보다는 외롭지 않았던 (외롭다의 반대말이 뭐지?) 날이 더 기억에 남는다.⌟

나는 그만 흐리련다.

⌜비도 오고 하니 요즘 하루 중 몇 시 쯤인지 가늠이 안 된다. 아침에 환하게 해가 뜨면 팔굽혀펴기라도 해야 할 것 같고 오후에 햇빛이 노래지면 오늘 눈 앞의 일만 하느라 계획과 회고에 시간을 쓰지 못하진 않았는지 견과류 한 봉지 먹으며 뉘우치게 되는데, 계속 흐리니까 그냥 저냥으로 하루를 보내기 쉽다.⌟

나는 몇 주째 재밌다.

⌜다른 일과는 달리 글은 쓰기 전의 나와 쓴 후의 내가 달라야 한다는 강박 같은 것이 있어서다. 그래서 번번히 나에게 글을 맡긴 사람은 「아니, 그렇게까지 인생을 돌아보실 필요는 없었는데」 같은 입장이 된다고 한다.⌟

나는 초봄에 걸었다.

⌜지난 토요일의 코스는 해방촌에 가오픈한 집에서 펼친 샌드위치로 아점을 먹은 뒤 스토리지 북 앤 필름에 들러 후암동으로 내려온 다음, 남산을 빙 돌아 명동 플라스크까지 닿는 경로였다. 언덕도 있고 해서 땅 모양을 좀 느끼면서 걷기 좋다. 이번 주만 해도 봄꽃이 활짝 핀 곳들이 있던데, 지난 주에는 개나리가 색을 막 펼치려 하는 때여서 귀여운 맛이 있었다.⌟

나는 삼 2호에 결합에 관한 글을 썼다.

⌜살아 있는 30대의 삶을 기록하는 저널 〈삼〉 2호에 글을 보탰다. 〈삼〉 2호의 주제는 '결합'이다. 나는 〈결혼이라는 나의 문제〉라는 제목으로 짤막한 에세이를 썼다. 주제가 주제이고 지면이 지면인만큼 꽤 개인적인 글이 나왔다. 이 블로그에 써 온 말들로 나를 아는 분들이라면 재미있게 읽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