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사람에게 할 수 있는 것들, 그것이 용서든 응원이든 위로든 조언이든 아니면 쩨쩨함을 숨길 수 없는 순수하고 태고적인 미움이든, 그런 것들을 좀 더 온 마음을 다해서 솔직하고 충실하게 해야겠다고 생각하게 된다. 그런 마음의 작용이 일어날 때 내 뜻을 분명히 해서 표현하고, 나오는 눈물은 흘리고, 그 하루를 ‘그 작용의 날’로 분명히 기억해 두고 싶다. 내 마음 속에 생각과 감정이 이렇게 많은데 하루가 ‘별 일 없었던 날’로 기억되는 것이 아쉽다. 인생은 분명히 긴데 시간은 부족하다.

최근에 누군가에게 조언을 받고 나서 그게 진품이 아닌 것 같다는 인상을 받았다. ‘~하는 게 좋겠어’라는 문장 형태를 띄고 있더라도 모두 진짜 조언인 것은 아니다. 어떤 말들은 단순히 ‘네가 ~하지 않으면 나의 현실이 훼손돼’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나는 ~한 세상에서 살고 싶다’는 말은 ‘나’에 대한 말이다. 나도 그런 말들을 조언이라는 포장지에 담아 자주 건네고 산다. 더 잘할 순 없을까.

누군가에게 위로를 건네는 일도 나를 고민에 빠뜨린다. 어떻게 하면 내 마음이 가식일지 모른다는 평생 동안의 불안감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을까? 누군가의 고난을 듣고 자동적으로 손바닥을 가슴팍에 얹을 때 사실은 내 심장이 제대로 뛰고 있는지 확인하려는 건 아닐까? 물론 건네져야 할 위로가 있는데 이런 생각에 너무 오랫동안 빠진다면 그건 지나친 자기중심주의다. 고민이 모두 해소되지 않더라도 실행에 옮겨야 한다. 내 마음이 변변치 않을 걸 알아도 보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