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다시 송정이었다.

여섯 번째 부산 여행인 것 같은데 앞으로도 몇 번째인지 계속 쓸 것인지는 고민이 된다. 2018년에 갔었던 송정 해변에 다시 갔다. 부산에서 조금씩 정이 붙는 동네가 두 군데인데 하나가 송정이고 하나는 영도다. 부대끼지 않는 곳들. 코로나 때문이 아니더라도 이제 사람이 적은 곳을 점점 더 좋아하게 되는 것 같다. 부대껴야 청춘인데 좀 시무룩하다.

2020년 상반기는 글을 쓰면서 보냈다. 블로그 글이 뜸했던 것도 글이란 글이 나올 때마다 다 쥐어짜서 원고로 보냈기 때문이다. 글이란 것의 물리는 조금 이상하다. 글 한 줄 뒤에는 사람이 얼마든지 자신의 진짜 모습을 숨길 수 있는데, 한 권 분량의 글에는 도망칠 곳이 없고 내가 고스란히 드러난다. 부산은 초고를 어느 정도 다 쓴 것을 기념하러 갔다. 분량을 채운 것이 기특할 뿐이지 아직 다 됐다고 할 수 없지만.

초량 차이나타운의 식당 중 일품향이 제일 좋다. 부산인 클로이네 가족도 인정한 곳이라고 한다. 어려서 다니던 세 글자짜리 중국집들은 대체 불가한 고유함이 있다. 조만간 좋아했던 한국식 정통 중국집 목록을 만들어 볼까 한다. 일품향은 탕수육과 군만두가 맛있다고 적으려다 생각하니 너무 당연하고 기본적인 말 같다. 동네 사람들이 잘 가는 식당은 안에는 앉을 자리 없이 사람이 많은 날에도 밖에 줄을 서지는 않는다.

가끔 글을 쓰다 잠이 들면 내 글이 마땅치 않고 걱정이 들어서 잠자리를 설칠 때도 있다. 그럴 때 내 전화를 받아 주는 사람들이 늘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