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허리가 마땅히 아파야 한다.

평촌역

큰 일을 하기에 앞서 부담감을 덜려고 그 일이 마치 작은 것처럼 축소시킬 때가 있다. 가볍게 하자. 아니면 하나씩 하자. 내가 의지해 온 Anne Lamott 선생의 말씀 「새 한 마리 한 마리」도 그런 취지다. 팀을 이끌 때에도 겁에 질려 있는 동료들에게 「별 거 아니다」 「해 본 일이나 다름없다」 같은 말을 나도 숱하게 했다. 그건 정확히 50% 거짓말.

기회가 한 번만 있는 게 아니라는 말도 그렇다. 이번 일을 망치면 끝장인 것 같은 마음을 놓기 위해 그런 척해 두는 것일 뿐이다. Jeff Bezos 양반도 (팀의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서) 대부분의 결정은 돌이킬 수 있다고 말했지. 당연히 어떤 의미에서는 사실이지만 어떤 의미에서는 새빨간 거짓말이다.

정말로 어떤 높은 성취에 대한 의지를 봉우리에 깃발처럼 막 세워놓은 사람에게는 그런 말을 하면 안 된다. 마음을 편하게 먹으려고 시작한 일이 아니다. 큰 일은 큰 일로 숨이 턱 막히게 들어올려야 한다. 허리가 마땅히 아파야 한다. 이 일을 그르치면 세상이 끝날 것 같은 마음을 완전히 버려서는 안 된다.

주변에서 참고할 만한 대상을 찾으려 해 봐도 쉽지 않을 때가 많다. 주변이 문제인가, 내가 문제인가? 착한 사람은 내가 문제라고 하고, 주변에 있는 것들의 나름의 의미를 겸손하게 챙겨보라고 할지 모른다. 하지만 봉우리-깃발-사람에게는 주변이 문제여야 한다. 나와 견줄 대상을 높은 데에서 찾는 것은 자만이 아니다. 또한 그런 대상을 깨끗한 존경(오해 없길, 잘 읽은 책이다)하는 것만이 올바른 마음가짐도 아니다. 오히려 어느 정도 솔직하게 질투하고 경쟁심을 갖는 것이 더 필요한 태도일지 모른다.

내가 (그리고 다들) 위대함을 포기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1. 몰름보

    뼈아픈 글 잘 읽었습니다

    1. 김괜저

      척추 아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