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생각이 바뀌고 있다.

요즘 몇 가지 생각이 바뀌고 있다. 요즘 생각이 바뀐다는 말은 실제로 요즘 들어서 바뀌고 있다는 것일 수도 있고, 진작부터 바뀌어 오고 있는 생각을 이제 내가 알아챘다는 것일 수도 있고, 지금부터 좀 바꾸어 먹기로 한 것일 수도 있다. 하여간 생각이 바뀔 때에는 하나만 바뀌는 법이 없다. 생활 속 아주 작은 몸의 움직임의 변화도 어떠한 생각과 뜻의 변화의 전조일 때가 있다. 예컨대 요즘 들어 베개에 얼굴 반쪽을 파묻고 자는 버릇이 없어졌고, 가끔 라디오 듣다가 하는 혼잣말이 예전보다 훨씬 자연스러워졌다. (옛날에는 ‘아 웃겨~ 미치겠다’ 정도였다면 인제는 ‘미친놈’ 까지도 한다.) 이런 사소한 습관의 변화가 연쇄로 작용한다면 내가 불현듯 피어싱을 할지, 오토바이를 탈지, 봉춤을 배울지 모를 일이다.

일에 대한 생각이 바뀌고 있다. 일해온 내내 나는 남들이 보기에 좋은 일을 골라서 하고 싶은 마음이 일번이었다. 그렇지 않은 일은 내키지 않아하거나 하면서 숨겼다. 실제로 사람들은 일을 고르는 내가 아니라 내가 한 일을 본다는 것, 즉 내가 일에게 가는 것이 아니라 내가 일을 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깨닫기까지 오래 걸렸다. 한국말에는 ‘제대로’라는 말이 있는데 이것을 영어로 옮기기 어려울 때가 있다. 상응하는 의미가 여러 단어에 흩어져 있거든. 여러 상황에서 뭔가를 ‘제대로’ 한다는 것은 일에 임할 때의 commitment와 일을 하는 동안의 내면적 synchronicity, 일을 맡은 사람으로서의 incumbency, 그리고 일의 결과에 대한 amenability를 통튼다. 일을 제대로 하는 것은 보통 일이 아니다. ‘좋아하는 일을 한다’는 말이 열쇠처럼 쓰이지만 ‘좋아하는’ 이라는 단어만 빼고 보면 엄청나게 무서운 말이다.

관계에 대한 생각도 바뀌고 있다. 혈압이 올라가고 호흡이 가빠져야만 사랑인 줄 알았고 지금도 그런 사랑을 하고 싶은 마음은 있지만 내 마음 전부가 그런 것은 아니다. 포근하고 부드럽고 시원하게 깊은 맛이 있는 연애에 대한 관심이 생겼고 그런 연애를 수긍하는 나를 더 이상 쪼다라고 몰고 싶지 않다. 맑은 정신으로 연애할 때 나 자신의 적당한 모습이 나 스스로 보기에 좋을 것 같다. 내가 나를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내게 원하는 바가 무엇인지를 우선으로 생각하다 보니 자연히 그렇게 된다. 아쉬탕가요가 같은 것을 하지 않는데도 사람이 이렇게 바뀌고 있다. 조용하지만 급격하게. 제대로인 나로도, 편안한 나로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