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년 넘게 써 온 작업실을 옮기려고 한다. 사당에서 용산으로, 관악구 남현동에서 용산구 남영동으로 간다.
사당 작업실의 장점. 평촌 집과 당시 홍대 사무실 중간 지점이어서 오가기 편했다. 주거 지역에 있는 상태 좋은 가정집이어서 가꾸고 쓰는 데 어려운 부분이 없었다. 거실에서 친구들과 단란하게 저녁을 먹거나 일 끝나고 TV를 보면서 쉬기 좋은 집이었다. 여기서 평소 번역이나 원고 작업도 하고, Overlap 글쓰기 모임도 하고, 크리스마스 디너 파티도 하고, 나타샤 누나 생일 파티도 하고, 유감과 혼란들 오프라인 모임도 하고, 백팔배가 정말 허리에 좋은지 실험해 보기도 하고, 텀블벅 동료들과 송년회도 하고, 2023 첫 일출도 보았다.
작업실은 처음에 나와 제니, 오스깔 이렇게 세 명이서 사용하다가 오스깔이 이사하면서 둘이 쓰고 있었다. 이곳의 집 같은 편안한 느낌이 좋았지만 우리가 처음에 작업실을 구할 때에는 또 다른 집보다는 여러 사람들과 새로운 일을 다각도로 도모할 수 있는 열린 공간이 필요했던 것인데, 이 점에서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이제 사람들이 좀 모이고 오가도 되는 거리두기 해제 환경이 되어가니 적절한 시기인 것 같다.
새로 준비중인 공간에 대해서는 다음에 자랑하는 걸로 하고 오늘은 사당에 대해 조금 더 추억 환기. 경기남부인에게 사당, 그 중에서도 서남쪽의 남현동은 언제나 서울과 경기도의 경계 공간으로서 길게 늘어선 버스 줄과 집에 가기 싫어하는 사람들이 미련을 마시며 노는 먹자골목과 모텔 언덕으로 기억된다. 서울 사람들은 사당에서 만나는 것을 죽기보다 싫어해서 그나마 이수나 방배에서 만나자고 해야 나의 동선에도 어느 정도 유리한 약속이 잡히곤 했다.
서울대입구에서 사당까지 남부순환로로 연결된 낙성대 권역은 내 첫 연애의 로케이기도 하다. 너무 추웠던 겨울에 너무 오래 걷고, 너무 많이 마시고, 너무 많이 웃었던 기억. 2호선과 4호선으로 언제나 헤어지는 곳이었던 기억. 하지만 사당역은 나의 사사로운 추억에 화답할 여유가 조금도 없는 철벽 공간이어서 웃기다. 사당역에 서서 혼자 옛사랑을 떠올리고 있으면 그냥 길 잃은 사람처럼 보일 것이다.
새해에는 나만을 위한 글이 아닌 남들을 위한 글을 써보자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으므로, 남현동에서 자주 간 장소 세 곳을 열거하며 맺는다. 이미 잘 알려진 곳들이지만…
- 로스팅 카페 리버벨
- 직접 볶는 커피, 직접 내리는 콜드브루
- 디카페인 가능, 쿠키 등 간단한 간식거리
- 채광이 좋고 꽃을 재미있게 잘 꽂아두심
- 남서울미술관
- 벨기에 영사관이었던 건물로 앞뜰 벤치에 앉았다 가기 좋음
- 장소의 기운이 있어서인지 태도가 과하지 않은 흥미롭고 성실한 기획들을 만나볼 수 있음
- 나무바닥이 까맣고 반질반질함
- 별미분식
- 학교앞 동네 분식점의 이데아에 가까운 곳
- 친구랑 주먹밥에 튀김이나 차돌떡볶이 나눠 먹으면서 작당하기 좋음
- 원래 인기였는데 쯔양이 다녀가서 더 상승
‘나는 사당에 입성한다’ 써볼까봐요
사당을 잘 부탁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