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지났다는 느낌이 든다. 2016-12-232019-05-09 ‘그 나이’가 언제인지는 모르겠지만 지났다는 느낌이 든다. 사던 옷을 사고 듣던 음악을 듣게 되는 나이. 그렇지 않게 하려면 노력이 필요한 나이. 4년 정도 잘 썼던 아이팟 클래식은 작년에 퇴역했다. 음악은 스포티파이로 듣는다. 거의 듣던 노래들을 […]
나는 미국이 어떤 나라인지가 중요하다. 2016-11-13 트럼프의 당선을 확실히 알게 된 순간이 정확히 언제였는지 복기해보고 싶었으나 쉽지 않았다. 물론 뉴욕 타임즈의 예측이 95%로 넘어간 정확한 시각을 찾아보면 답이야 나오겠지만, 내가 사무실에서 정확히 무엇을 하고 있었던 때인지, 그 때 나는 어떤 생각을 […]
나는 빈다. 2016-10-30 수면에만 치는 파도가 있는가 하면, 깊이와 관계없이 바다를 통째로 붙잡고 흔드는 지진 해일이 있다. 내 삶 속 가장 사적인 영역부터 개인-사회의 영역, 놀이와 먹고사니즘의 영역, 씬(scene)과 비평의 영역, 국가와 역사의 영역까지 모든 영역이 불과 몇 […]
나는 정렬에 집중한다. 2016-09-222019-05-09 요즘 매일 숨겨놓고 적는 ‘일-일기’에 쌓이고 있는 내용은 대개 이런 것들이다. 조직과 조직원은 어떻게 정렬되는가? 이에 대한 싸구려 비유를 당장에라도 열 개는 들 수 있지만 핵심은 간명하다. 이미 운동에너지를 갖추고 있는, 개성과 관심사와 야망과 부끄러움이 […]
나는 오늘의 일기를 제출하고 싶다. 2016-08-24 내 행동이나 마음가짐을 어떻게 바꿔봐야겠다, 그런 깨달음을 묵혀 두지 않는 것이 중요함을 알았다. 그런 깨달음을 바로 실천했을 때, 곧장 성취와 자신감과 인정과 우연한 행운이 우르르 쏟아지는 것을 경험한다. 요즘 정말이지 치열하고, 치열한 만큼 이따금 크게 […]
나는 속도를 보며 채운다. 2016-06-022019-05-09 모르는 것을 배우는 일은 신난다. 물론 끝까지 배우고 나서야 그렇다. 배우지 않고도 적당히 할 수 있는 일을 배워서 더 잘 하려 하면 몇 배의 힘이 든다. 우리는 잘 모르는 것들에 대해 배우지 않고도 많은 말들을 할 […]
나는 동산이 있다. 2016-05-162019-05-09 얼마 전에 염 그리고 HJ와 같이 퇴근 후 초밥 저녁을 먹는 자리가 있었다. 술도 없었는데 분위기가 무르익어, 각자의 주요한 습성들의 기반이 되는 행동 원리라든지 근본적 동기라든지, 그런 얘깃거리까지 상에 올라왔다. 그 때 나는 내 스스로의 […]
나는 분명히 상하이로 가는 여행길에 올랐다. 2016-05-012019-05-09 2주 전 금요일에 나는 꽉 채운 배낭을 메고 출근했다. 내가 4박 5일로 상하이 여행을 떠나는 날임을 모르는 사람은 없었다. 훌륭한 휴가 정책과 문화를 가진 회사인데도 괜한 무의식적 주저함이었는지 입사하고 4달 동안 휴가를 하루도 쓰지 않았었기에, […]
나는 폰을 두 번 바꿨다. 2016-03-182019-05-09 폰을 두 번 바꾸는 동안 말을 안 했다. 예전 같았으면 바꾸기 전엔 이러저러해서 바꾸려 한다고, 바꾸고는 이러저러한 점이 좋다고 미주알고주알 보고서를 썼을 것이다. 밖으로 향해 있는 채널의 수나 나가는 내용의 양은 점점 커지고 많아지고 있기 […]
나는 정월대보름 주말에 광주에 다녀왔다. 2016-03-082019-05-09 점점 주변 사람들의 심리적, 정신적 어려움을 예전보다 더 많이 알게 된다. 점점 적게 알게 되는 것보다는 많이 알게 되는 편이 낫다고 본다. 요즘 비교적 남들의 얘기를 들을 여력이 있다는 점이 어떤 식으로든 드러나 보이나보다. 재작년 […]
나는 가끔 난데없이 시간이 멈추는 때가 있다. 2016-02-262019-05-09 가끔 난데없이 시간이 멈추는 때가 있다. 내 몸과 마음의 위치가 일상적이고 특별하거나 극심한 구석이 없을 때에만 발생하는 일로, 갑자기 들리는 노래나 말소리, 보고 있는 장면, 둘러싼 공기의 점도, 몸에 가해지는 중력의 느낌 같은 것이 확 […]
나는 보위와 쯔위 사이에 이런 꿈을 꾸었다. 2016-01-16 나는 인력거인지 리어카인지를 힘들게 밀며 언덕을 올라가고 있었다. 한 젊은 여자가 아이를 데리고 내 쪽으로 오더니 내가 끄는 그 탈것에 덜컥 타 앉았다. 내리라고 했다. 싸움이 붙었다. 아이가 울었다. 나는 둘 다에게 쌍욕을 했다. 둘이 […]
나는 가지를 칠 수 있을 것이다. 2015-12-252019-05-09 국내 계좌 인터넷뱅킹이 만료되었길래 새로 신청했다. 고2 때 사진 그대로인 주민등록증도 새로 발급받았다. 사진은 채광 좋고 벽이 깨끗한 안방에서 발코니를 마주하고 서서 셀프로 찍어서 뽑았다. 공항에 두고 온 듯한 모자가 계속 눈에 밟혀서, 동생이 쓰는 […]
나는 한 번도 뼈가 부러져 본 적이 없다. 2015-09-062019-05-09 시간이 흐르면서 삶 구석구석의 나사를 더 단단하게 조일 수 있게 되리라고 생각했었는데, 이제는 틀렸음을 알겠다. 아무리 정리하는 습관으로 살아도, 내 멋대로 할 수 없는 변수들은 늘어나게 되어 있음을 알겠다. 나는 왜, 인생을 붙잡은 손힘이 마냥 […]
나는 좋아서 민망한 영화들이 있다. 2015-06-272019-07-09 내 속에 꿈틀대는 욕구 중에 남들에게 거리낌없이 인정할 수 있는 것들이 있고, 공표하기엔 민망한 것들이 있다. 비교적 민망하지만 강력한 욕구 중의 하나를 꼽자면, 연극무대에서 예술과 인생이 교차하는 바를 포도주 마시면서 고민하는 서유럽인 또는 뉴욕 유대인들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