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닥치는 대로 집어먹으면서 연신 사진을 찍었다. 2015-04-03 인천행 비행기를 타기 다섯 시간 전, 나는 뉴욕에 마지막 남은 가스등이 내걸린 Upper East Side의 한 브라운스톤에서 잔치를 즐기는 사람들의 윤곽을 사진으로 만드느라 진땀을 흘리고 있었다. 이틀에 걸친 스타트업 강좌의 끝이었다. 재력 넘치는 투자자의 집에서 […]
나는 솥으로 폭풍을 이겨냈다. 2015-01-30 육개월도 긴 시간이고 삼개월도 긴 시간이다. 그간 뉴욕으로 얼른 돌아가야 한다는 집착 때문에 뉴저지에서 멀쩡하게 잘 살고 있는 집에 너무 정을 안 붙이고 있었던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이에 대한 처방으로 연말에 무쇠솥을 샀다. […]
나는 내복을 입지 못했다. 2015-01-17 아침에 필라델피아에 갔다가 새벽에 돌아왔다. 날은 점점 추워졌다. 내복 바지를 챙겨갖고 갔지만 이상하게도 갈아입을 시간이 잠시도 나지 않았다. 제레미(나중에 소개하겠다)가 트렌튼까지 마중 나왔다. 고속도로변에 있는 타이 음식점은 처음 생겼을 때에는 흰 벽에 회색 식탁이 듬성듬성 […]
나는 마사지 후 물을 많이 마셨다. 2015-01-03 12월 31일이었다. 회사에 나가 나머지 직원들은 일찍 집에 보내고, 사장님과 둘이 남아 신년 계획을 짰다. 나의 2015년은 지금까지의 인생에서 가장 불확실성 수치가 높은 해가 될 것이 분명한데, 우리 회사의 2015년도 사실 그렇다. 회사는 내가 상수이길 […]
나는 케임브리지에 가 있기로 했다. 2014-12-22 당직사관과 당직병으로 수많은 밤을 함께한 HH 형과 나는 군생활 내내 통하는 사이였다. 형이 늘 챙겨준 덕분에 매년 한두번씩은 미국이든 한국이든 만날 기회가 생겼다. 이번에는 형수가 집을 비운 틈새를 노려 케임브리지의 신혼집에 놀러 갔다. 대학원 부부의 […]
나는 나누고 있다. 2014-12-12 가까운 사람들과 연애에 대한 얘기를 유례없이 많이 나누고 있다. 매주 화요일마다 뉴브런즈윅에서 오스깔을 만나 점심을 먹고 그녀의 스튜디오에서 작품 얘기를 거들 때에도, H 형네 집에서 서로의 감수성을 비교하는 일을 하면서 술을 마실 때에도, 또는 어제처럼 […]
나는 따로 또 같이 배 두드렸다. 2014-11-28 조용한 추수감사절 주간을 보내는 중이다. 친구들과의 추수감사절 저녁은 이미 이 주 전으로 당겨서 해치웠다. 각자 음식을 해 와서 나눠먹는 팟럭이었는데 무려 40여명이 제각각 음식 한바구니씩 가져오는 대규모 팟럭이었다. 역시 제시카와 카일의 잔치력은 알아줘야 한다. 나는 […]
나는 모래를 덮고 들어가 잤다. 2014-10-28 해가 지기 직전에 하늘 반 쪽에 구름이 걷히면서 비가 그쳤다. 바다와 하늘이 똑같은 진한 색이 되어서 보기에 좋았다. 돌을 던지고 조개를 주우며 놀다가 밤이 되어 모닥불을 피웠다. 변비 얘기부터 제프 쿤즈 얘기까지, 다양한 것도 같지만 […]
나는 호숫가 결혼식을 찍고 왔다. 2014-09-25 혹시 뉴욕에 계신 분 중에 도미노 6호를 구하고 싶으신 분은 덧글로 알려주시면 알라딘US에서 미국내 배송료 무료 찬스를 이용해서 공동구매하도록 하겠습니다. 미주 타 지역에 계신 분은 직접 알라딘US에서 주문하시면 되겠습니다. 결혼식 촬영을 했다. 눈부신 호숫가 야외 […]
나는 다 연결이 된다. 2014-07-22 몇 차례 E와 만나서 놀았다. 그래픽디자인 애호가인 나와는 다르게 정말 그래픽디자인에 몸바친 친구이기 때문에 같이 어제처럼 프린티드 매터에 간다거나 하면 재미있는 일이 많다. 집은 샌프란시스코, 학교는 보스턴인데 반 년만 뉴욕에 와 있는 처지라 돌아다닐 이유가 […]
나는 약속에 한 시간 늦었다. 2014-07-14 뉴욕에서 만나서 알게 된 후배 Nati 그리고 학교에서 친했는데 졸업하고 볼 일이 없었던 후배 Gigi와 이스트빌리지에 있는 우크라이나 음식점에서 아점을 먹기 위해 전철을 타고 맨해튼으로 나갔다. 이 날은 뉴욕 프라이드 축제가 있는 당일이라, 거기 가려고 […]
나는 계절을 즐기는 열쇠는 한 발 앞서 쾌적함을 준비해놓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2014-07-09 저녁까지 푹푹 찌는 여름이 왔는데, 나쁘지 않다. 선반 때문에 목공소에서 나무를 떼었다. 적당한 길이의 목재들이 다 상태가 안 좋은 것을 보고, 더 긴 것들을 사게 됐다. 재단을 끝내니까 당장 쓰지 않을 부분이 많이 남았다. 짧은 […]
나는 식칼이 떠올랐다. 2014-06-25 김치볶음밥을 하려고 했는데, 이사통이라 김치가 없다는 것을 알고 초리쪼와 새우를 넣은 빠에야색 볶음밥으로 바꾸었다. 아니, 팬에 육수로 밥 지어 만들었으니까 근본없지만 그냥 빠에야라 부르겠다. 죄책감은 발암물질이다. 새 집에서 처음 하는 요리였으니 좋게 좋게 가자. 이번에 […]
나는 나온다 싶다. 2014-03-31 클라이언트에게 페르시아 식당에서 저녁을 얻어먹었다. 통화만 해 본 사이인 그는 동양철학을 공부하고 일본에서 십 년을 살아 슬하에 혼혈인 아이가 있는 가라데 유단자였다. 실없는 얘기와 일 얘기를 들실 날실 삼아 조금 징그러울 정도로 능숙하게 ‘비즈니스 대화’를 […]
나는 스포츠가 각본 없는 드라마라고 들었습니다. 2014-02-25 보스턴 사는 친한 형 누나가 왔기에 헬스키친에 요새 문전성시인 Gotham West Market 등에서 먹고 마시다 동계올림픽 얘기가 나왔다. 올림픽·월드컵에 열광하지 않는 편인데, ‘적극적으로 열광을 억누르’거나 ‘민족주의, 촌스러!’ 같은 태세는 정말 아니고, 내가 워낙 재능 없는 […]